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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52

by 한글문화연대 2013. 12. 5.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52
2013년 11월 30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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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 예의를 잃지 않는 말 문화를 위하여

국민대통합위원회는 11월 26일 화요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국제회의장에서 「말(언어), 통합과 신뢰의 사회자본 」이라는 내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 우리 단체 이건범 대표가 참석하여 "시민의 예의를 잃지 않는 말 문화를 위하여"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토론회는 주제 발표, 토론문, 문하기 순서로 9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내리 진행됐다. 화요일 아침 시간에 열린 토론회 였지만 300여 분이 참석하여 토론장을 가득 메웠다. 토론은 한국정책방송에서 생중계 했고, 청각 장애인을 위해 수화로도 진행했다.
발표자로 나선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말 문화'라는 주제를 '뜨거운 감자'에 비유하며 " 꼼꼼히 살피고 신중한 해결 방안을 찾자며  한국 사회 말 문화의 다섯 가지 병리 현상으로 1. 인터넷 언어 폭력의 증대 2. 청소년의 욕설 3. 방송의 저질, 차별적 막말 4.정치인의 막말과 반말 5.외국어 남용하는 어려운 공공언어를 꼽았다.
이건범 대표는 한국사회 말 문화의 변화가 생긴 까닭으로 국어 환경의 변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와 영어 숭배 풍조, 경쟁지상주의와 배제와 공포라고 분석하고 민주공화국 시민의 덕성의 하나인 '예의'라는 잣대로 말 문화를 살펴 대다수의 시민이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담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일터에서 5. 부장님, 과장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

우리말 존대법에는 아직 압존법의 그늘이 남아 있다. 가령,과장이 오지 않았을 때에, 평사원이 부장에게 “과장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로 말해야 할지, “과장님이 아직 안 왔습니다.”가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나간 군사문화 시대에는 직장 안에서도 압존법이란 존대법을 지켜서, 평사원이더라도 부장 앞에서는 과장에 대해 높여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이와 같은 경우, 듣는 사람이 누구이든 자기보다 윗사람에 대해 말할 때에는 높임말을 쓰는 것이 표준화법이다. 곧 부장님 앞이라도 “과장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다. 다만, 이 경우 ‘과장님께서’라는 높임말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는
▶이곳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언니와 아우_성기지 학술위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졸업식 노래 가운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란 노랫말이 있다. 누나나 형이 아니라 언니이다. 남녀 선배를 통틀어서 그저 언니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여자끼리만 언니라는 부름말을 쓴다. 자매지간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여자가 같은 여자인 선배를 부를 때, 심지어는 옷가게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자분들도 모두 언니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 ‘언니’는 여자끼리만 쓰는 부름말이 아니다.

‘언니’는 같은 항렬의 남자끼리이거나 여자끼리에서 손위인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를 때에 언니라 하는 것처럼,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를 때에도 언니이다. 남자가 손위인 여자를 부를 때에나, 여자가 손위인 남자를 부를 때에는 언니라 하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그때는 각각 ‘누나’와 ‘오빠’이다.

이 ‘언니’를 한자말로 바꾸면 ‘형’이다. 곧 형도 언니처럼, 한 항렬에서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동서지간에서 부르는 말을 보면, 남자끼리도 ‘형님’이지만, 여자 동서끼리도 ‘형님’으로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손아래 사람을 부르는 말은 무엇일까? 졸업식 노래에 이런 구절도 나온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이 노랫말에서 보듯, 손아래 사람은 ‘아우’이다. 다만, ‘아우’도 언니의 경우와 같이, 남자가 손아래 남자에게, 여자가 손아래 여자에게 쓸 수 있는 부름말이다. 아우란 부름말은 같은 동성끼리 쓰는 말이라 굳이 성을 나타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남아우’, ‘여아우’란 말이 없는 것이다.

이 ‘아우’를 한자말로 바꾸면 ‘동생’이다. 그런데 지금은 국어사전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같은 항렬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적으면 모두 동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본래 동생이란 부름말은 남자가 손아래 여자를 부르거나, 여자가 손아래 남자를 부르는 말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출가한 누나가 남자 동생을 부를 때에는 아우가 아니라 동생이라 하고, 오빠도 시집 간 여자 동생을 동생이라 부르는 풍습이 남아 있다.

정리하면, ‘형’은 ‘언니’의 한자말이고, 같은 항렬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남자끼리도 ‘언니’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남자끼리나 여자끼리는 손아래를 ‘아우’라 부르고, 남자가 손아래 여자에게 또는 여자가 손아래 남자에게는 ‘동생’이라 부르며, 각각 ‘여동생’, ‘남동생’이라고 가리켜 말할 수 있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시계를 흔드는 남자_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시계를 흔드는 일이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 전에 하는 일이 있기는 있다. 물을 마시는 일이다. 자리끼를 머리맡에 두고 자다 일어나서 그 물을 먼저 마신다. 그리고 거실 문갑 위에 놓아둔 손목시계를 들고 흔든다.

결혼할 때 예물로 명품 시계를 받았다. 누구나 아는, 예물로 흔히 오고 가는 시계다. 상당히 비싼 시계였지만, 젊을 때는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차고 다녔다. 그러다가 홀랑 잃어버리고 말았다. 학교에서 운동하러 나가서 거기에 두고 온 것이다. 운동할 때는 연구실에 벗어두고 가곤 하였는데, 그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벗어두고 그냥 와버린 말을 하니 떠오르는 바보 같은 짓이 있다. 몇 해 전에 주한 미국 대사가 테니스를 좋아하여 대사관에 여러 사람을 초청한 적이 있다. 덩치가 산만한 미혼의 여성이었다. 정치학자들도 불렀던 모양이다. 나도 선배 정치학자가 연락하여 못 치는 실력에 참가하였는데, 그 뒤에 일어난 일이 참 바보 같았다. 갑자기 부름을 받고 어떤 차림으로 가야할지 몰랐지만, 운동복을 입고 가기는 그래서 간편복을 입고 갔다. 대사관 코트에 갔더니 탈의실도 따로 없고 하여 옷걸이가 있는 어느 구석에서 갈아입고 운동을 하였다. 끝난 뒤 다른 사람들이 치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데, 동료 교수가 그만 가자고 재촉하여 라켓만 들고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 와서 보니 거기에 남긴 것이 옷이며 신발이며 댓가지는 되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사실도 몰랐으니, 이게 치매의 전조인지 아닌지 참 한심하였다.

“그 친구, 왜 그렇게 재촉했지?”로는 변명이 안 되었다. 대사관에 전화하니 이리저리 사람을 바꾸어서 겨우 관계자와 얘기하고 다음날 찾으러 갔다. 처음 전화 받은 여자는 대사관에 오래 근무한 듯한 “빠다 냄새”가 났으며 고개가 빳빳할 듯한 목소리로 응대하였다. 역시 “상국”에 근무하는 자부심이랄까, “하국”을 대하는 자만심이 느껴지는 듯했다.

결혼 시계를 잃어버렸으니 난 이제 죽었다. 그러나 아내는 평소의 덤덤함을 이때도 보여주었다. 약간의 잔소리로 사태는 해결되었다. 나의 상실감도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예물, 명품, 그런 데 별 관심이 없던 때이므로.

그 뒤 내가 손목에 찬 손목시계들은 (그럼 손목시계를 손목에 차지 발목에 차랴?) 어디서 기념품으로 받은 싸구려들이 많았고 웬만한 것을 사서 차기도 하였다. 그러다 그 웬만한 것을 하루는 또 술을 잔뜩 먹고는 잃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시계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명품을 잃어버렸을 때보다 더한 자책감으로 학교 액세서리 가게에서 싸구려 중국제를 하나 샀다. 샀더니 얼마 안가 시계가 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또 갔다. 그리고는 또 섰다. 가게에 가지고 가니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불친절하게 대했다. 얼마 뒤에 그 옆에 있는 도장 파고 시계 고치는 아저씨에게 가지고 갔더니, 글쎄 시계 바늘이 유리에 닿아서 안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아니 시계가 그런 문제 때문에 안 가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시계는 지금도 잘 가고 있지만 손목 줄이 고장 나서 차지는 못한다. 이제 더 이상 손목시계가 아니라 머리맡 시계가 되었다. 그리고 앞의 그 시계는 며칠 뒤 찾았다. 침대와 벽 사이에 떨어져 있었다.

나이가 드니 슬슬 좋은 시계가 차고 싶어졌다. 이 나이에 싸구려 기념품 시계만 찰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던 어느 날 압구정동에 소일 삼아 나갔다가 “중고 명품”이라고 써 놓은 가게들이 몇 군데 있는 것을 보았다. 들어가 보니 중고 명품 시계들이 많았다. 내가 잃어버린 것과 흡사한 것들도 있었다. 이삼일 생각하다가 에라 하면서 가서 하나 구입했다. 잃어버린 예물 시계와 같은 것이지만, 아주 똑 같지는 않았다. 꽤 많은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 시계가 제작된 해가 내가 결혼 시계를 잃어버린 해와 같은 1995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설마 그 시계가 그 시계는 아니겠지?

그런데 이 시계는 차고 다니거나 흔들어주어야 가는 시계다. 밖에 항상 나가지는 않는 직업 탓에 시계 차는 시간도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 시계는 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세우기가 싫다. 그래서 집에서도 차고 있거나 눈에만 보이면 수시로 흔들어준다. 산 지 열 달쯤 되었는데 흔들어주어야 하는 양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밤에 흔들어주고 잔 뒤 일어나면 서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시계를 더 열심히 흔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계부터 찾아 흔든다. 그것도 꼭 귀에다 대고. 절겅절겅하는 소리를 들어야 속이 시원하기 때문이다.

시계에 매달려 사는 인생이 되었나?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시계 덕분에 나는 또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않으냐? 절겅절겅 내 시계. 나는 오늘도 시계를 흔든다.

  ◆ [알림] 성악가 임정현  공연[쫌:](2013.12.02.~04.)

[쫌:] 성악가 임정현 공연

한글문화연대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애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노래 '그날엔 꽃이라'를 부른 임정현 테너가 12월 2일부터 4일까지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공연을 합니다.

■ 2013.12.02.월~12.04.수 저녁 7시 30분
■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

■ 나오는 사람
- 고정 출연자: 노래를 찾는 사람들
- 월요일 출연자: 윤선애, 노부영
- 화요일 출연자: 조경옥, 김창남
- 수요일 출연자: 배우 정진영

■ 공연표: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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