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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54

by 한글문화연대 2013. 12. 12.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54
2013년 12월 12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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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집에서 7. 제 말은…….

가정에서 존대를 해야 할 대상은 ‘웃어른’이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또는 아버지나 어머니 등 웃어른에게 말할 때에는 “제 말씀은…….”처럼 자신의 말을 ‘말씀’으로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이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과 같은 높임말로서의 ‘말씀’과 달리, 여러 사람 앞에서나 어른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기 위해서도 ‘말씀’이란 말을 써야 한다.
따라서 “제 말씀은 이렇습니다.”, “제가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와 같은 말들은 올바른 존대법이다.

*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는 ▶이곳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 [기쁜 일]이건범 상임대표, 한국어문상(말글사랑부문)을 타다.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2013년 12월 1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열린 제25회 한국어문상 시상식에서 우리 단체 이건범 상임대표가 한국어문상(말글사랑부문)을 탔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이건범 대표를 갈음하여 정인환 운영위원이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어문상은 신문사 어문기자와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모여 활동하는 단체인 한국어문기자협회가 1989년 한국어 발전에 기여한 언론 종사자 및 어문 연구자들의 연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만든 상입니다.

 

■ 이건범 상임대표 수상소감 - 언어도 인권이라는 생각으로

기쁘다.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으로 시작하여 이제 만 13년 넘게 우리말글 시민운동을 펼쳐온 셈이다. 처음엔 무슨 생각으로 시작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저 함께 모인 사람들이 좋아서 동아리 활동하듯 다녔다.
성명서를 쓸 일이 생기고 여기저기에 항의하는 공문을 만들다보니 뭔가 논리가 필요했다. 우리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에서 한 발 더 나가고 싶었다. 세계화 열병을 앓던 시기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언어 민주주의’라는 말을 떠올렸다. 민주주의의 출발점을 말글에서 찾자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은 곧 세종께서 백성이 제 뜻을 펴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한글을 창제하신 사실에 비추어 사람의 권리, 즉 인권의 문제로 발전했다. 내가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일에 그토록 힘을 쏟은 까닭도 우리의 말글 상황과 국민의 알 권리를 되돌아볼 하나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있었다. 그런 외침이 정부에서 쉬운 공공언어 정책을 적극 펴는 데에도 조금은 풀무질을 했으리라.
이끌어주신 선배님들, 함께 어깨를 기댔던 친구와 후배들, 늘 응원하는 아내와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밝힌다. 한글문화연대 전체 회원을 대표해서 받는 상이라는 점도 잊지 않겠다.

  ◆ [우리말 이야기] "손이 시려워"는 잘못 쓰는 말_성기지 학술위원

어렸을 때,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던 노래 가운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란 소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설을 앞두면 귀마개를 하고 밖에서 놀았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시려도 귀가 시릴 만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에서 “손이 시려워”라고 말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귀가 시려울 만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시리다”가 올바른 말이다.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다. “시려워”는 “시리어”나 “시려”로 고쳐서 말해야 하고, “시려울 만큼”도 “시릴 만큼”으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발 시려운 사람”이 아니라, “발 시린 사람”이 맞다.

방송에서 보면, ‘메어지다’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가슴이 메어지다”, “목이 메어지게 불렀다”는 말들이 그러한 예들이다. 그러나 이때 ‘메어지다’는 ‘메다’를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자동사인 ‘메다’에는 피동형을 만들어주는 ‘-어지다’와 같은 어미를 붙일 수 없다. 어떤 감정이 북받칠 때 “가슴이 메어졌다”가 아니라 “가슴이 메었다”로 말해야 하고, “목이 메어지게”도 “목이 메게”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이와 비슷한 용례로 ‘깨우치다’는 말을 자주 쓰고 있는데, ‘깨우치다’는 ‘깨닫게 하다’는 뜻을 가진 사동 표현이다. “잘못을 깨우치도록 잘 타이르다”처럼 쓰는 말이다. 그런데, ‘깨치다’라고 써야 할 자리에 이 ‘깨우치다’를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될 때에는 “글을 깨치다”처럼 ‘깨치다’로 써야 한다. 이 경우에 “글을 깨우치다”라고 하면 잘못이다.

반면에, ‘담배를 피우다’나 ‘바람을 피우다’에서는 ‘피게 하다’는 사동 형태를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우다’로 써야 맞다. 일부에서는 “담배를 피다”, “담배 피는 사람”, “바람을 폈다”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말이다. 이때에는 “담배를 피우다”, “담배 피우는 사람”, “바람을 피웠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말하는 기술_김영명 공동대표

얼마 전에 신문 기사를 보니 청룡 열차를 같이 타고 난 뒤에 사랑 고백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재난에서 같이 살아남은 남녀가 사랑에 빠질 가능성도 보통 때보다 더 높다고 한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만난 남녀가 쉽사리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들이 사람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비상 상황들은 성격상 오래 지속되지 않아 정상 상태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감정도 평상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러니 바닷가에서 만난 남녀들이여, 그대들의 연애가 오래 못 가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어다.

이를 보면 상황이라는 요인이 사람들 삶과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말이든 행동이든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절대 진리라 생각된다.

오래 전에 대학교 다닐 때 단과대학 대항 야구 시합이 있었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어릴 때 동네 애들하고 “찜뽕”이나 야구를 많이 한 기억이 있어서 자원해서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어떤 녀석 하나가 괜스레 쓸데없이 공을 마구 세게 던지는 것이었다. ‘별 이상한 놈도 다 있네’ 하였는데 결국 그 녀석은 탈락했다. 별달리 잘하지 못하는 녀석이 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무리를 한 것이라 생각된다.

야구에서 공을 세게 던져야 할 때가 있고 살살 던져야 할 때가 있듯이, 말도 세게 해야 할 때가 있고 살살 해야 할 때가 있다. 여기서 때라 함은 때와 장소를 합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옳은 말도 해야 할 때가 있고 안 해야 할 때가 있다. 지하철이 고장 나 서 있고 냉방기마저 가동되지 않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짜증나 죽겠는데, 장미꽃을 바치면서 사랑 고백을 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재미로 그가 남자라고 하자)이 무어라 생각하겠는가? 이런 이상한 사람하고 어떻게 사귀겠는가?

지난 대선 때 이정희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하였다고 선언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박근혜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말 내용도 그렇지만 그녀의 태도와 인상이 거부감을 주었다. 그뿐 아니다. 이정희가 박근혜의 아버지가 창씨 개명한 다카기 마사오였다고 폭로(?)한 순간 박근혜는 적어도 수십만 표는 더 가져갔을 것이다.

이정희가 한 그 말은 공론장에서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박정희의 창씨개명과 관동군 복무 이력을 공개한 역사적인 의미가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왜? 우리는 모두가 친일 청산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진정으로 친일 청산을 원하는 사람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이 잠재적인 다카기 마사오들인데 거기다 대고 다카기 마사오 운운 하니, 모두가 말은 못하고 부끄러운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감히 우리의 치부를 건드리다니.

오래전 1980년대 후반이라 기억된다. 당시 야당(신민당? 하도 바뀌니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 하나가 통일이 무엇보다 우선한 가치라고 국회에서 선언하여 정계가 발칵한 적이 있다. 바로 “용공”으로 몰리고 당시 시급했던 민주화의 현안이 한동안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런 일들이 요사이도 계속된다. 정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조금 진행되려고 하면 느닷없는 돌출 발언이 튀어나와 발목을 잡는다.

그런 일이 계속 되니 민주주의 정착과 국정 쇄신의 큰 문제는 사라지고 남는 건 그저 종북이니 사퇴니 제명이니 하는 싸움박질밖에 없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중요한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근데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나보고 육갑한다고? 너 몇 살이나 먹었어?”하는 싸움박질이나 하고 있는 꼴이다. 싸움을 해도 좀 크게 싸워보자. 그게 무슨 꼴들인가?

말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안 해야 할 때가 있다. 말을 안 해야 할 때 안 하는 것도 말하는 기술이다. 말을 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현으로 해야 할지 잘 알아야 한다. 심사숙고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그런 것들을 잘 가릴 줄 아는 혜안을 먼저 길러야 한다. 그런 혜안은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것이기도 하고 수련으로 닦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타고나지 못했으면 닦기라도 하자. 말하는 기술, 우리는 이것에 너무 서투르다.

  ◆ [알림](12/13)세종학 학술대회-세종시대 과학 문화의 재조명

[세종학 학술대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
■ 주제: 세종시대 과학 문화의 재조명
■ 때: 2013년 12월 13일(금) 13:30~18:00
■ 곳: 세종대왕기념관 강당(고려대역 또는 청량리역)
□ 발표
• 세종시대의 천문 기상학: 나일성(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세종시대 편찬 칠정산 내편과 칠정산 외편: 한영호(건국대학교 교수)
• 세종시대 신기전과 신기전의 체험 교육안 모색: 정호완(대구대학교 명예교수)
• 세종시대 훈민정음 관련 문헌의(국어학적) 재조명: 정우영(동국대학교 교수)
• 향약제생집성방과 조선 초기의 의약: 이경록(한독박물관 관장)
• 한문문헌 언해와 현대화 고전 국역 사업: 박종국(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 종합 토론
• 김성수(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원 교수)
• 임채우(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
• 김슬옹(한글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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