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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55

by 한글문화연대 2013. 12. 27.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55
2013년 12월 26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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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맙습니다!


 

▲ 2013년 한 해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우리말글을 지키고 가꾸는데 힘써주신 모든 분께 고마운의 인사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한글문화연대는 2014년에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뜻하는 일마다 알찬 열매의 결실을 맺기 바랍니다. 아리아리!

  ◆ [마침]12월 알음알음 강좌-이대로, 한글운동 반세기


 

▲ 한글문화연대는 2013년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알음알음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2013년 마지막 알음알음 강좌에서는 50년 동안 한글 운동을 하고 계신 이대로 선생님을 모셔 뜻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좋은 말씀해주신 이대로 선생님과 추운 날씨에 와주신 많은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집에서 9. 이 음식을 드셔 보세요.

흔히 웃어른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 “드셔 보세요.”라고 하는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고기를 잡으라는 말을 높여 말할 때에는 “고기를 잡아 보세요.”라고 하면 된다. “고기를 잡으셔보세요.”라고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래 부르셔 보세요.”, “한말씀 하셔 주세요.” 들은 말이 안 된다. 서술어가 둘 이상 이어질 경우, 맨 마지막 말만 높임말을 쓰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이다. 따라서 웃어른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는 “드셔 보세요.”가 아니라, “들어 보세요.”로 하는 것이 옳다. 특히 맛난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에서 한결같이 손님이나 제작진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 “드셔 보세요.”라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아 써야 한다.

*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는 ▶이곳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어른답다'와 '어른스럽다'의 차이_성기지 학술위원

우리말에 ‘○○답다’와 ‘○○스럽다’가 있다. 요즘 우리 생활 주변이나 방송에서 이 말들을 구별 없이 쓰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본디 뜻과 쓰임이 다른 표현이니 잘 가려 써야 할 말이다.

흔히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스럽게 행동하시죠.”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른에게 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이럴 때에는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답게 행동하시죠.”라고 해야 바르게 말한 것이다. 반면에, 어린 아이를 보고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다웠다.”라고 하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때에는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스러웠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답다’는 어떤 말 뒤에 붙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자격이 있음을 나타낸다. ‘사람답다’, ‘남자답다’, ‘어른답다’처럼 쓰게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닌데 ‘사람답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여자에게 ‘남자답다’고 한다든지 미성년자에게 ‘어른답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목소리가 굵고 호탕해 보인다고 해서 여자에게 “참 남자다운 면이 보이네요.”라고 말하면 잘못이다. ‘남자답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남자일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여자에게 남자답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때에는 “남성스러운 면이 보이네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스럽다’는 어떤 말에 붙어서 ○○한 느낌이나 성질이 있다는 뜻을 보태어 준다. 여자 같은 남자에게는 본래 남자이지만 여성의 느낌이나 성질이 있다는 뜻을 더해서 ‘여성스럽다’고 말할 수 있고, 남자 같은 여자에게는 ‘남성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른처럼 행동하는 미성년자에게는 ‘어른답다’가 아니라 ‘어른스럽다’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스럽다’는 ‘평화스럽다’라든지, ‘복스럽다’, ‘사랑스럽다’ 따위처럼 추상적인 말과도 잘 어울린다. 이에 비해 ‘사내답다’,‘공무원답다’, ‘선생님답다’와 같이 구체적인 대상에는 ‘○○답다’가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외할머니_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을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외할머니는 20대에 소녀 과부가 되셨다. 당시 진주 강씨 양반집에 시집 가셨으나 어머니와 이모를 본 뒤 외할아버지가 한창 청춘의 나이에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모도 어려서 죽어 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동딸이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결혼한 뒤 오랜 기간을 외할머니와 함께 사셨다.

내가 어렸을 적에 외할머니는 나를 무척 편애하셨다. 귀엽다고 내 엉덩이를 두드리기가 예사였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살짝 뒤켠으로 데려가 동전 한 닢을 쥐어주시기도 하였다. 나를 끔찍이도 사랑한 반면 막내인 내 여동생은 무척 구박하셨다.

하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동생이 책상 앞에서 책을 읽는데, " … 달구지가 옵니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부엌에 있다가 그 소리를 들은 할머니, 빗자루를 들고 동생을 때리려고 방으로 달려들었다. 달구지는 경상도 방언으로 다리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동생이 할머니더러 달구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책 읽은 거라고 항변하는 동생, 변호인 증언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의 나…

어머니 말에 의하면 동생을 가졌을 때 할머니가 염소를 고아주었는데, 그것을 다 빨아먹고도 사내애가 아닌 계집애가 태어나서 미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외할머니는 줄곧 우리 부엌일을 해 주셨는데, 연세 들면서 어머니와의 다툼이 잦아졌다. 일종의 부엌 주도권 쟁탈전이었다고 할까. 그런 다툼은 외할머니가 절에 너무나 열심히 다니시면서 더 심해졌다.

내가 30대 초반 무렵, 서울 청담동의 작은 아파트에서 나, 부모님과 같이 사시던 외할머니는 안국동 조계사까지 입석 버스를 갈아타면서 다니셨다. 할머니는 학교를 안 다녔지만 한글을 깨우치고 영특하셔서 그런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문제는 몸이었다. 당시 할머니는 허리가 완전 90도로 꺾여 있었는데,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 버스에 다가가면 고맙게도 운전수가 기다려주곤 하였다. 할머니를 기억하는 운전수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런 위험한 행동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와의 갈등이 커졌다. 연세 드신 외할머니의 고집과 이를 보아내지 못하는 부모님. 어머니는 아버지 눈치를 보느라 더 너그럽지 못하셨던 것 같다.

그러다 결국 노환으로 돌아가셨는데, 설사를 많이 하다 기가 쇠진하여 숨을 거두셨다. 그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모두 병원에서 돌아가시지 않고 집에서 많이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집에서 자다가 돌아가셨다. 아니 기력이 빠져 혼미한 상태에서 숨이 끊어졌다고 해야 옳겠다. 어쨌든 큰 고생은 안 하셨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10월의 어느 날 아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막 들어간 대학교로 출근하려고 하는데 아버지한테서 춘천의 숙소로 전화가 왔다. “외할머니 돌아가셨다.” 웬일인지 제대로 된 우산이 없어 파란 비닐우산을 쓰고 나가 택시를 탔다. 은행에 들러 돈 20만원을 찾아들고 시외버스 정거장으로 간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여기저기 선 보면서 장가 들 신부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외할머니가 마지막 하신 말이 "영맹이 혼사 정했나?"였다고 한다.

할머니의 혼은 조계사에 모셨다. 이후 결혼하고 아내와 함께 조계사를 찾았다.

돌아가신 뒤 누워계시던 방에서 염을 하는데, 꺾였던 할머니의 허리가 꼿꼿이 펴져 있었다. 염꾼이 마지막으로 만져보라고 해서 만지는데, 눈물이 비 오듯 쏟아져 그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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