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우리말로 설명하고 싶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김 온 기자
평창 동계 올림픽, 러시아 월드컵, 얼마 전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까지. 올해 2018년은 가히 ‘체육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효준, 팀 킴, 조현우, 이승우, 황의조 등 걸출한 선수들이 주목을 받으며 체육계에 대한 관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만큼 방송국 간의 해설 위원 선정과 중계 경쟁도 치열했다. 방송국마다 종목별로 규칙이나 용어를 경기 전에 간략하게 설명해주거나 아예 따로 특집 방송을 편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노력에도 외국어가 무수히 등장하는 체육 방송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여론과 함께 외국어 남용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국민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과연 이런 상황을 어떻게 짚어봐야 하는지 또한 바꾸어 나아갈 수 있는지 수용자가 아닌 제공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 스포츠 아나운서 겸 리포터 최시은과 빙구 선수 최진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체육계 현장에서 외국어 용어를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외국어가 어느 정도 쓰이고 있다고 느끼셨는지?
최시은 아나운서 : 규칙을 설명해야 할 때는 거의 다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제가 농구, 아이스하키, 배구, 야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활동했는데 농구나 아이스하키 같은 경우에는 규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이 영어였어요. 야구는 외국어 자정 노력이 있었기에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아요.
최진우 선수 : 운동할 때 쓰는 용어가 거의 영어라서 전술이나 규칙을 알아갈 때뿐만 아니라 평소 훈련에서도 영어가 엄청 많이 쓰였어요.
- 평소에 스포츠 용어를 배우고 익히면서 겪는 어려움은 따로 없으셨는지?
시 : 아무래도 모호한 경우가 있긴 해요. 누리집에 일일이 다 검색을 해서 찾아봐야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푸싱 파울’인데, 푸싱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쉬운 영어다 보니까 금방 이해가 되고, ‘하이 스틱’ 이런 것도 스틱을 높게 드는 것인데 그런 게 반칙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잖아요. 하지만 안 그런 것들도 많아서 검색을 해야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슬래싱’ 같은 용어는 딱 들었을 때 잘 모를 것 같지 않나요?
진 : 딱히 어려움은 없었고, 용어를 처음 마주할 때부터 영어로 배웠기 때문에 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 외국어 용어들을 ‘엠티넷 → 빈 골대’, ‘파워 플레이 → 수적 우세 상황’ 이런 식으로 순화해서 쓰면 어떨 것 같으신지요? 실제로 야구에서도 그런 노력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런 움직임이 효력이 있었나요?
시 : 야구 같은 경우에는 아이스하키, 농구랑은 조금 다른 게 일본어 표현이 많았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본어 잔재를 많이 없애려고 하듯이 야구계에서도 일본어 표현을 정리해가려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러웠거든요. 일본어 혹은 일본식 영어 표현들은 부적절한 것들이 많아 고치는 데 있어서 그렇게 큰 거부감이 없었는데, 영어 표현 같은 경우에는 어려운 면들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단 관습적으로 사용해왔고, 적절한 한국어를 찾기가 참 쉽지가 않더라고요. ‘파워플레이’를 한국어로 풀어서 말하면 길이가 길어지잖아요. 표현의 정도도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사실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이 질문을 처음 접했을 때 ‘이스포츠’가 생각이 났어요. 예를 하나 들자면 ‘스타크래프트’라고 20년 전에 만들어진 게임이 있는데요. ‘스타크래프트1’이 ‘스타크래프트2’로 새로 발매가 되면서 영어 표현들을 전부 한국어로 바꿨어요. 2를 이용하는 유저가 많이 줄었어요. 물론 게임 자체의 그래픽이나 다른 변경된 사항들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언어가 달라진 것도 그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를 생각했을 때, 다른 체육 종목에서도 그런 영어 표현들을 한국어로 바꾸면 표현의 어색함 뿐만 아니라 재미도 반감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 : 저는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빙구를 처음 접했던 초등학교 때부터 성인 선수가 된 현재까지 쭉 사용해왔던 것이라서 바뀌게 된다면 불편할 것 같아요. 처음 용어들을 배웠을 때도 영어가 간단하고 짧게 단어로 잡혀있었고 길게 표현된 건 거의 없었기에 지금이 좋다고 생각해요.
외국어가 난무하는 체육계를 불편하고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과 달리 제공자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태권도 용어가 전부 한국어이듯이 외국에서 기원한 종목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용어들인 만큼 혼란을 빚기에 당장 순화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수용자와 제공자 간의 온도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은 틀림없다. 바둑계에는 은퇴 바둑 기사들이 직접 나서 언어 순화 작업을 진행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경험이 있다. 이처럼 타 종목에서도 문답 내용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외국어 순화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들을 차근히 따져본 뒤에 교육자, 행정가를 중심으로 고쳐나가 다음 세대에는 쓰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더욱 쉽게 소통하는 시간이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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