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72] 성기지 운영위원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그리 호평을 받지 못하였음에도 <말모이>는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로 흥행을 이루며 개봉 20일 만에 27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일반에 덜 알려졌던 조선어학회의 일제강점기 활동을 조금이나마 비추어낸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성과이다. 조선어학회 중심인물 가운데 한결 김윤경 선생이 있다. 김윤경 선생은 주시경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서 조선어학회(뒷날 한글학회)와 평생을 함께하였다.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수난을 겪은 선생이 오는 2월 3일, 50주기를 맞이한다.

 

어떤 특정한 일이 일어난 때를 기리어 1년씩 기준하여 헤아리는 단위로 ‘주년’과 ‘주기’가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그 날을 순 우리말로 ‘돌’이라고 하는데, 이 돌이 돌아온 해를 바로 ‘주년’이라고 한다. 오는 3월 1일은 기미 독립 의거가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므로 이 날을 ‘3.1운동 100돌’이라 하고, 올 한 해를 ‘3.1운동 100주년’이라 부르는 것이다. 반면에, ‘주기’는 사람이 죽은 뒤 해마다 돌아오는 그 죽은 ‘날’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주기’는 바로 ‘제삿날’이 된다. 올해 2월 3일이 한결 김윤경 선생의 50주기가 된다.


이때 ‘주기’ 대신에 ‘주년’을 사용하여 올 한 해를 ‘김윤경 선생 서거 50주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서거한 날이 50번째로 돌아온 해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기’에는 이미 사망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서거 50주기’라 하면 군더더기 말을 덧붙인 꼴이 된다. 이때에는 ‘서거’를 떼고 그냥 ‘50주기’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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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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