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76] 성기지 운영위원

 

오늘이 경칩이니까, 이제 새봄이 바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미세먼지가 뒤덮이건 말건 얼어붙었던 땅도 희색만면해지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에 체중 감량에 성공한 여성들은 이제부터 옷맵시를 뽐내고 싶어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허리 치수가 줄었다고 할 때, “허리가 줄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줄다’처럼 어간 받침이 ㄹ인 말들은 시제를 나타내는 어미를 붙일 때 보통 ㄹ이 탈락된다. ‘줄은 것 같아’가 아니라 ‘준 것 같아’라고 해야 한다. (‘같다’는 추측을 나타내는 형용사이므로 ‘허리 치수가 줄었어.’가 바람직한 표현이다.) “한국어가 많이 늘은 이주 여성”이라고 할 때에도, ‘많이 늘은’이 아니라 ‘많이 는’이라고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떡을 썰은 뒤에’도 ‘떡을 썬 뒤에’가 된다.


우리 귀에 익은 대중가요 가운데,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라는 가사가 들어 있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에서의 “거칠은 벌판으로”라는 구절은 “거친 벌판으로”라고 바로잡아야 한다. ‘거친’을 ‘거칠은’으로 잘못 쓴 것인데, 이와 비슷한 경우로, “녹슬은 기찻길”이라는 말도 있다. ‘녹슬다’를 ‘녹슬은’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이때에는 “녹슨 기찻길”이라고 해야 맞다.


우리말에서 ㄹ은 대체로 ‘ㄴ, ㄷ, ㅅ, ㅈ’으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 탈락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찰밥’, ‘찰떡’, ‘찰흙’이라고 할 때의 ‘찰’도 ㅈ으로 시작하는 ‘-지다’ 앞에서 ㄹ이 없어지고 ‘차지다’가 된다. 이런 예로, ‘바늘’과 ‘질’이 합쳐질 때에도 ㄹ이 탈락되기 때문에 ‘바늘질’이 아니라, ‘바느질’이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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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