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노래 속 영어, 싫어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고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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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를 만드는 다양한 요소 중 단연 으뜸으로 떠오르는 것은 대중가요다. ‘케이팝(K-pop)’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한국의 대중가요는 중독성 있는 선율과 화려한 무대, 의상, 그리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가수들 덕에 한국을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 10대 혹은 20대 가수 여러 명을 모아 만든 ‘아이돌 그룹’은 국내 팬뿐만 아니라 국외 팬과도 활발히 소통하며 활동한다.
그런데 매번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 아이돌 노래 속에는 무분별하고 의미 없이 쓰인 영어 가사가 자주 등장한다. 한국어 가사 중간에 영어 단어를 넣는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이 많으며, 아예 후렴 자체를 영어 가사로 써서 노래 한 곡의 절반 이상이 영어로 가득한 곡도 많다. 이런 노래가 유행이라 호기심을 끌고 순간적인 인기를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는 주제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가사 속 영어 단어가 어렵거나 영어권에서도 신조어라면 뜻을 검색해야 하거나 모르는 채로 넘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반면, 이런 흐름 속에서도 영어 가사 없이 한국어로만 가사를 쓴 아이돌 노래가 있다. 그중 가사가 예쁘고 서정적인 노래 몇 곡과 그 가수들을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는 6인조 여성 가수인 ‘여자친구’의 두 곡이다. ‘여자친구’는 풋풋하고 힘이 넘치는 춤을 여섯 명 모두가 칼처럼 늘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이들의 노래 중 ‘너 그리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진심으로 다가가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랑을 동경해’, ‘훨훨 날아가 너에게로 다가갈 수 있도록’ 등의 가사가 주제를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조지훈의 시 ‘승무’에 나온 구절인 ‘나빌레라’라는 표현을 인용한 것이 큰 특징이다.
여자친구의 또 다른 곡인 ‘해야’는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을 다 뜨지 못한 ‘해’에 비유한 곡이다. ‘새파란, 새빨간, 찬란한, 차디찬’ 등과 같은 수식어로 서정적인 느낌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 두 곡 외에도 여자친구는 ‘시간을 달려서’, ‘귀를 기울이면’ 등 한국어 가사로 쓴 곡을 여럿 발표했다.

 

두 번째로 소개할 곡은 ‘빅스’의 ‘도원경(桃源境)’이다. 6인조 남자 가수인 ‘빅스’는 저주 인형과 그리스 신화, 조향사 등 늘 독특하고 신선한 주제로 노래하고 무대를 꾸며 주목을 받는다.. ‘도원경’은 무릉도원에서 풍류를 즐기는 선비를 주제로 삼은 노래다. 가야금 선율이 꿈꾸는 듯하며 동양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한복과 부채를 각각 무대 의상과 소품으로 활용해 빅스의 개성을 강조했다. ‘도원경’의 가사에는 ‘흐드러져 피는 꽃’, ‘낮과 밤이 전부 너야’, ‘널 닮은 붉은 동백이 질투해’ 등 시적인 가사가 많다. 이 밖에도 ‘달, 덧칠, 비단결’ 등의 낱말로 곡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자친구, 빅스, 워너원, 러블리즈.


세 번째 곡은 ‘워너원’의 ‘불꽃놀이’다. 워너원은 2017년 한 방송사가 진행했던 오디션 방송에서 시청자 투표에서 표를 가장 많이 얻은 열한 명으로 구성한 남성 그룹이다. 활동 기간이 약 18개월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해체했다. 워너원의 노래 대부분에는 영어 가사가 있지만 ‘불꽃놀이’의 가사는 모두 한국어로만 되어있다. 이 곡은 불꽃놀이가 아주 짧은 시간 화려하게 빛났다가 사라지는 것에 빗대어 화려한 순간이 아련하게 끝나가는 것을 표현했다. ‘반짝인 그 자리에 남아서 마지막 꽃을 피워줘’, ‘내렸던 비는 다시 구름 되어 하늘 위로 올라가’ 등 자연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가사가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8인조 여성 가수인 ‘러블리즈’의 ‘꽃점’이다. ‘러블리즈’는 ‘사랑스러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lovely'에서 지은 이름과 걸맞게 늘 발랄하고 차분한 노래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여자친구처럼 영어 가사를 많이 쓰지 않는 그룹이다. ‘꽃점’은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은 점점 커져가지만 표현하기에는 수줍어서 꽃잎으로 점을 치기도 하는,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곡이다. ‘내 안에 꽃피운 널 어떡하면 좋을지’, ‘분홍빛 물이 드는 맘’, ‘또 한 잎 두 잎 흩날리는 맘’ 등 화사하고 포근한 봄을 연상케 하는 가사가 많다.

 

이렇게 한국어 가사로만 된 노래에는 해, 달, 구름, 꽃 등 듣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자연을 표현한 단어가 많아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가사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듣기만 해도 영어 가사에 비해 월등히 잘 들려 기억하기도 쉽고 노래가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에도 좋다. 이와 같이 한국어 가사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녔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돌 그룹이 멋진 한국어 가사로 노래를 불러 한국과 한국어를 세계에 알리기를 바란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