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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대한민국 포털의 불필요한 영어 사용 - 김정빈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9. 4. 26.

대한민국 포털의 불필요한 영어 사용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김정빈 기자
wkjb0316@naver.com

 

  포털(portal),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문.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을 사용하며 이 문을 본다. 우리나라 대표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시작 화면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인터넷 화면일 것이다. 그런데 그 화면에서 문제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대한민국 포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영어가 필요 이상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 네이버의 서비스 목록

 

  위 사진은 ‘네이버’의 첫 화면이다. ‘메일’, ‘pay’, ‘포스트’, ‘데이터랩’, ‘뮤직’, ‘북마크’, ‘오피스’, ‘캘린더’ 등의 외국어가 눈에 띈다. ‘메일’은 ‘편지’, ‘pay’는 ‘결제’, ‘데이터랩’은 ‘자료연구소’, ‘뮤직’은 ‘음악’, ‘북마크’는 ‘책갈피’나 ‘즐겨찾기’, ‘오피스’는 ‘사무실’, ‘캘린더’는 ‘달력’이다. 네이버는 우리말 대신 외국어를 선택했다. 심지어 ‘나의 구독’이라고 쓰면 될 것을 ‘MY 구독’이라고 로마자와 한글을 섞어서 쓰기도 한다.

▲ 다음의 서비스 목록

 

  ‘다음’의 상황도 비슷하다.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메일’, ‘브런치’ 등을 서비스명으로 정한 걸 알 수 있다. 네이버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나마 네이버와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같이가치’라는 이름이다. ‘같이가치’는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인데, ‘같이’와 ‘가치’의 발음을 이용해 만든 참신한 우리말 이름이다. 이처럼 다음은 우리말로 지을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서비스를 굳이 외국어로 표기한 것이다.

 

  실제로 영어는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들어와 있다. ‘포털’이나 ‘서비스’라는 단어들처럼 우리말로 바꾸기 쉽지 않아 그대로 쓸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바로 외래어다. 이러한 외래어 사용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말로 쓸 수 있는 말을 영어로 쓰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 외국어를 알지 못해 불편을 겪는 누군가를 위해서 말이다.

 
20대 대학생 3명에게 외국어 남용에 대해 물음을 던져보았다. 국어국문학과 재학생 임재원 씨는 포털의 영어 사용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에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이미 익숙한 것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고나연 씨 또한 “너무 오랜 시간 굳어진 것이라 개선하면 더 혼잡할 거 같다”라고 외국어 사용을 이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렇게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일상 속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횟수가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반대 의견을 말한 학생도 있다. 건축학과 재학생 김정인 씨는 “포털에서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영어는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쓰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영어도 처음 썼을 땐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우리말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쳐 포털의 불필요한 영어 사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갈수록 인터넷 세상은 우리 생활 깊숙하게 들어오고 있다. 자주 보는 화면에서 외국어 낱말이 계속 등장하고 사람들이 그 말을 따라 쓰고 친숙해지다 보면 우리말로 착각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그걸 표현하던 우리말은 아무도 쓰지 않아 결국 사라져 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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