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세대, 아직도 한글 모르는 사람 많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서정화 기자
dimllllight@naver.com


우리나라에는 문맹이 드물다. 국립국어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문자 해독률은 98.3%, 문맹률은 1.7%로 산정됐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낮은 이유로 교육제도를 말하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이유는 누구나 익히면 사용하기 수월한 한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매년 전 세계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는 유네스코도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배우기 쉬운 문자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렇게 한글은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쉬이 사용할 수 있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기에 한글을 읽고 쓸 수 없는 사람이 아직도 존재한다. 특히 노년 세대가 그렇다.


△유엔개발계획, 한국은 국립국어원, 2007~08년 기준 나라별 문자 해독률 비교 자료, 한국이 98.3%를 기록했다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울 수 없었던 이유

어르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시절엔 먹고 살기에 바빴다. 아들딸이 많은 집이면 살림은 더더욱 넉넉지 못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끼니를 거르고 식당 일을 하러 가거나, 막노동에 나서야 했다. 집안 사정을 뻔히 알기에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당장에 먹을 쌀도 없는데 학비 부담은 더할 수 없이 컸기 때문이다. 나중에 나이를 먹어서라도 한글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 마땅히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아가씨에서 할머니가 될 정도로 시간이 흐르니 이제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복지관 같은 기관에서 겨우 한글을 깨친다. 이렇게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공부를 하게 된 어르신들이 있어 찾아봤다. 한글뿐만 아니라 초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야학에서 공부 하는 분들이다. 한 어르신은 “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한글 수업도 따로 있어서 한글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말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그림 없는 표지판은 글자를 모르는 사람에겐 표지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옛날에 그림 표시 없이 한글로 ‘화장실’이라고만 적혀 있는 공공장소가 많았다. 그런 곳에선 글자를 읽을 수 없는 사람은 화장실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다. 야학을 다니는 한 어르신은 "헤매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화장실을 찾게 됐지만, 혼자서 화장실조차 찾지 못했다는 사실에 슬펐다"라고 말했다. 한글을 몰라 겪은 속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어르신은 “아이가 많이 아팠을 때 대학병원에서 동의서를 작성했는데, 내 이름을 적지 못해 주눅이 들었다. 약 이름도 읽을 수 없어 우리 아이가 무슨 약을 먹는지 알 수 없었다”라며 속상했던 순간과 겪을 수밖에 없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찌개? 찌게? 돼? 되?

공부하러 야학으로 등교하는 길에 ‘김치찌게 식당’이 있다. 이곳의 간판을 보고 ‘김치찌게’가 올바른 표기라고 생각하는 어르신이 많았다고 한다. 복지관에서 한글을 읽고 쓰는 법은 배웠지만, 배운 기간이 짧았고 그 이후에 더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맞춤법이 헷갈리는 것이다. 야학 국어 시간에 ‘낫다’, ‘낮다’, ‘낳다’가 어떻게 다른지 배워도 다음 날이 되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어르신들은 "옛날에 배운 건 다 기억나는데 지금은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 조금만 더 젊었을 때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한글을 좀 더 일찍 배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셨다.

 

“그래도 배우니깐 글자가 보이더군요”

야학에서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김영점씨는 국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한글을 띄엄띄엄 읽을 수는 있지만, 아직 겹받침이나 이중모음을 읽는 방법은 서툴다. 그래서 국어 시간에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공부를 하며 한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김영점씨는 "(한글을) 배우지 못해 속상했는데 배울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 더 열심히 배워서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함께 공부하는 어르신들도, 이제는 시장에 가면 과일이랑 채소만 보이는 게 아니라 글자도 보인다며 글자를 읽으며 시장을 돌아다닐 때 신난다며 행복해 하셨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한글 교육은 다양한 지역에서 실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65세 노인인구 비율이 세계 평균(9%)보다 높은 15%에 이르러 그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복지관, 야학 등에서 한글을 배울 수는 있어도 학교가 자원봉사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그만두면 어르신들이 공부를 계속하기 어렵다. 지원금이 부족해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직접 노년 세대를 위한 기초 교육 확대화와 체계화에 나서야 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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