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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고 서한샘, 한글 티셔츠 입기 운동을 펼치다 - 고희승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9. 8. 12.

고 서한샘, 한글 티셔츠 입기 운동을 펼치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고희승 기자
hshs9913@naver.com

 

 길거리에서 영어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말이 적힌 옷은 찾아보기는 힘들다. 대부분 옷에 적힌 영어가 어떤 뜻인지도 모르고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번역을 해보면 별 의미 없는 황당한 말이거나 저속한 말이라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만약 우리말이 적혀 있었다면 그런 뜻이 담긴 옷을 입고 돌아다닐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단지 영어가 우리말보다 좀 더 ‘있어 보이고’, ‘배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영어 문구 옷을 입는 것을 문제 삼아 ‘한글 티셔츠 입기 운동’을 펼친 이가 있었다. 지난 5월에 세상을 떠난 그는 바로 유명한 국어 강사이자 국회의원이었던 서한샘 선생이다.


 고 서한샘은 1944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를 나오고 경기대학교 대학원을 나왔다. 이후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여고 등에서 교사를 하며 국어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학교 이외에도 대성학원에서 강사로 지내기도 했다. 나중에는 한샘학원과 한샘출판사를 설립해 회장과 이사장직을 지냈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학원에 가기보다는 주로 인터넷 강의를 보며 공부하지만, 인터넷 강의 시대 이전인 90년대에 한샘학원은 전국 최대의 단과학원이었다. 그는 한샘출판사에서 국어 교재인 ‘한샘국어’를 출판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교재는 입시생뿐만 아니라 공무원 수험생 등에게도 대표 교재였다. 지금도 많은 수험생이 국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한샘국어’를 찾는다. 그는 학원 강사 시절 ‘밑줄 쫙’이라는 말을 하며 중요한 부분을 강조했다. 이 말은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는 국어교육뿐만 아니라 정치 활동도 했다. 1991년 서울시 교육위원으로 일하며 공직 경험을 쌓았다. 교육위원으로 일하는 중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 연수구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국어를 향한 그의 사랑은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원래 이름은 서용웅이었으나 조선의 언어학자이자 국문학자인 주시경의 호인 ‘한힌샘’과 비슷한 ‘서한샘’으로 개명했다. 그리고 1986년, 그는 의류에 한글을 접목시키자고 주장했다. 젊은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티셔츠 대부분에 영어가 쓰여 있는데 그 뜻도 모르고 입는 것을 보고 문제점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특히 ‘내 엉덩이를 만져줘’라는 뜻의 미국 속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학생을 보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후 그는 분별없는 외국어 남용을 막고 한글을 더욱 아끼고 잘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2000년 이후 한샘닷컴과 한국문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글 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 공모전에 대해 그는 “퇴색되어가는 한글사랑의 정신을 고취시키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세계 속 문화유산인 한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용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도 한글사랑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전은 특별한 자격조건이 없어 많은 시민들이 한글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티셔츠 위에 표현할 수 있었다.

▲ 고 서한샘(왼쪽), 성승현 씨가 ‘솟대’를 주제로 만든 한글 티셔츠(오른쪽)
 
 시민들이 만든 한글 티셔츠 중, 2005년 대상을 받은 성승현 씨는 ‘솟대’를 주제로 디자인을 했다. 성승현 씨는 “오늘날의 한글이 변질되고 있음을 각성하고 민족 고유의 한글을 수호하기 위해, 솟대가 상징하는 대표적인 의미인 ‘수호’를 기본으로 삼아 한글을 수호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에 더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영문 티츠를 입기보단 우리의 말을 담은 한글이 쓰인 티셔츠를 많이 사랑해 달라.”라고 당부의 말도 했다.


 이 공모전은 단순히 시상식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티셔츠를 여러 장 제작해 행사에 온 시민들에게 무료 나눔을 하기도 했다. 이 공모전을 몰랐던 시민들이라도 우연히 행사에서 티셔츠를 받게 된다면 한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 마련이다.


 영어만이 옷 위에서 멋진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멋져 보인다는 이유로 외국어가 적힌 옷을 입는 것은 일상 속의 과도한 외국어 사용이 될 수 있다.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아끼고 가까이할수록 한글이 발하는 빛은 더 커질 것이다. 고 서한샘의 유행어였던 ‘밑줄 쫙’을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마음에 새기며 한 번 한글 티셔츠를 입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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