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01] 성기지 운영위원

 

팔월 한가위 연휴를 쇠고 나니, 가을이 부쩍 깊어진 느낌이다. 이제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 선선한 가을바람이 옷깃에 스며든다. 흔히 가을에 부는 선선한 바람을 그냥 가을바람이라 말하고 있지만, 가을바람에도 각각 그 나름의 이름이 있다. 요즘 같은 초가을에 선선하게 부는 바람을 건들바람이라고 한다. 보통 한여름에 땀을 식혀줄 정도로 시원하고 가볍게 부는 바람을 산들바람이라고 하는데, 이 바람이 좀 서늘해지면 지금과 같은 건들바람이 되는 것이다. 일이 없어 빈둥거리거나 건방지게 행동할 때 건들거린다고 하지만, 사실 ‘건들거리다’는 말은 “바람이 부드럽게 살랑살랑 불다.”는 뜻을 지닌 고운 우리말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우리말 가운데 ‘아람’이란 말이 있다. 밤이 완전히 익어서 저절로 떨어진 열매를 알밤이라 하는데, 알밤이 떨어지기 직전에 밤송이가 다 익어 벌어진 상태를 ‘아람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또, 그렇게 벌어져서 떨어진 알밤 자체를 아람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람을 주워 겉껍데기를 벗겨내면 그 알맹이를 싸고 있는, 얇고 맛이 떫은 속껍질을 만난다. 흔히 사람들이 ‘떫은 속껍질’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우리말에 이것을 가리키는 ‘보늬’라는 말이 있다. 밤의 속껍질뿐만 아니라, 도토리의 속껍질도 마찬가지로 ‘보늬’라고 한다. 밤과 도토리의 알맹이에 보늬를 씌우는 것은 건들바람이지만, 가을 한복판에서 밤과 도토리의 보늬를 벗겨내는 일도 건들바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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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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