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98] 성기지 운영위원

 

받아쓰기를 할 때 ‘부숴 버리다’를 적어 보라고 하면, 쓰는 사람에 따라서 대개 두 가지 형태가 나온다. 어떤 이는 ‘부셔 버리다’로 적고, 어떤 이는 ‘부숴 버리다’로 적는다. ‘부셔 버리다’와 ‘부숴 버리다’는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기기 때문이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부셔’와 ‘부숴’의 기본형을 살펴봐야 한다. (‘부시어’의 준말인) ‘부셔’는 ‘부시다’가 기본형이고, (‘부수어’의 준말인) ‘부숴’는 ‘부수다’가 기본형이다.


‘부시다’는 “밥 먹은 그릇을 물로 부시다”, “냄비를 깨끗이 부셔 놓아라.” 등에서와 같이 ‘그릇 등을 씻어 깨끗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또 동음이의어로 “눈이 부셔서 제대로 뜰 수가 없다.”처럼 ‘빛이나 색채가 강렬해 마주 보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와는 달리 ‘부수다’는, “건물의 유리창을 부쉈다.”라든지, “살림살이를 부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와 같이 ‘단단한 물체나 물건을 깨뜨려 못 쓰게 만들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일 ‘상대를 가만두지 않겠다’, 곧 부수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들겠다는 의미라면 ‘부숴 버리다’라고 해야 한다.


준말 쓰기가 헷갈리는 낱말 가운데 ‘사귀다’도 있다. ‘사귀다’라는 말을 ‘사귀어’, ‘사귀었다’처럼 나타낼 때에는 일반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줄여서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말을 옮겨 적을 방법이 없다. 한글에는 ‘위’ 소리와 ‘어’ 소리를 합친 모음 글자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겨] 보았다’, ‘[사겼다]’는 ‘사귀어 보았다’, ‘사귀었다’로 적어야 올바르다.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몸이 [바꼈어]’도 ‘바뀌었어’로 적어야 하고, ‘다 귀찮으니 [집어쳐]’ 할 때에도 ‘집어치워’로 적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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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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