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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솔솔 부는 솔바람

by 한글문화연대 2019. 10. 11.

[아, 그 말이 그렇구나-304]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이 만들어진 모습은 무척 슬기롭고 효율적이다. ‘길다’는 ‘길’에 ‘-다’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길’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길고도 멀어서 끝나는 데를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속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길’에 ‘-다’를 붙여 ‘길다’라는 동사를 만들었다. 같은 원리로 ‘빗’의 주된 용도를 나타내는 동사를, 물건의 이름인 ‘빗’에 ‘-다’를 붙여서 ‘빗다’라고 만들었다. ‘신’에 ‘-다’를 붙여 ‘신다’가 됐고, ‘품다’는 ‘품’에 ‘-다’를 붙인 말이다. 어떤 사물의 속성을 그대로 밝혀서 동사로 만든 것들이 우리가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기본 어휘들이다.


‘솔다’는 말이 있는데, 이때의 ‘솔’은 가늘고 좁다는 뜻의 말이다. 바느질할 때, 옷의 겉과 속을 뚫고 가느다랗게 이어진 봉합선을 ‘솔’ 또는 ‘솔기’라고 한다. 소나무 잎을 솔잎이라고 하는 것도 그 잎 모양이 가느다랗고 좁기 때문이다. 이 ‘솔’에 ‘-다’를 붙여서 ‘솔다’라고 하면, ‘좁다’는 뜻이 된다. 지금도 나이 든 세대 가운데는 ‘좁다’는 말을 ‘솔다’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기본 어휘들을 바탕으로 우리말은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져 왔다. 앞에서 예를 든 ‘솔’의 경우만 보더라도, 솔에는 가느다랗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이 솔을 반복해서 ‘솔솔’이라고 하면, 가느다란 것이 계속 이어지는 모양을 말한다. 그래서 연기가 가느다랗게 피어오르는 모양을 “연기가 솔솔 난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냄새가 가느다랗게 이어져 맡아지면 “냄새가 솔솔 난다.”고 말하며, “솔솔 부는 솔바람”은 가늘게 부는 바람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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