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06] 성기지 운영위원

 

출근길에 지하철을 빠져나오면 땅 위로 올라가기 전에 조그마한 토스트 가게가 있다. 이 가게에서 가끔 달걀부침과 채소를 넣은 토스트를 사서 사무실로 가져가 먹곤 한다. 그런데 처음 이곳에서 토스트를 살 때, “달걀채소 토스트 하나 주세요.” 했더니 알아듣지 못했다. 두어 번 거듭 말하니 “아, 계란야채 토스트요?” 하고 내주었다. 그 뒤 서너 달 동안 이 가게에서 같은 토스트를 열 번 넘게 샀는데도, 주인은 아직 선뜻 알아듣지 못하고 꼭 ‘계란야채’임을 확인시킨 뒤 내어주고 있다. 둘 다 고집쟁이이다.


지난날에 ‘비행기’를 ‘날틀’로 쓰자는 것이 토박이말 쓰기 운동인 것처럼 우리말 운동가들을 조롱했던 이들이 있었다. 토박이말 쓰기 운동은, 지금 쓰고 있는 한자말을 모두 순 우리말로 쓰자는 것이 아니라, 한자말과 우리말이 같은 뜻으로 함께 쓰이고 있는 경우, 이왕이면 우리말을 표준으로 쓰자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널리 퍼진 한자말 ‘계란’은 예부터 우리말 ‘달걀’로 불러 왔었다. 또, 얼마든지 살려 쓸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 경우, 뜻이 모호하고 발음이 어려운 한자말 대신 우리말로 바꾸어 쓰자는 것이 우리말 쓰기 운동의 참뜻이다. 그래서 ‘노견’은 ‘갓길’로, ‘고수부지’는 ‘둔치’로 순화되었다.


어떤 이들은 한자말을 토박이말로 옮겨 쓰면 소리마디 수가 길어진다고 하는데,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가령 ‘신입생’을 ‘새내기’로, ‘화중지병(畵中之餠)’을 ‘그림의 떡’으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을 ‘새 발의 피’로 바꾸어 말해도 소리마디 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말을 살려 쓰는 데 소리마디 수가 늘어나는 것을 기피할 까닭도 없다. 토박이말을 살려 쓰고 다듬어 쓰는 일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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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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