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글을 지키는 법, 『국어기본법』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곽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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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보호 구역 안내 표지판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다가 위 사진과 같은 표지판을 본다면 운전자는 차량 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밑으로 줄일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12조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은 천천히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법 덕분에 우리는 안전하게 도로를 지나다닐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민건강증진법』, 범죄자로부터 피해당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한 『범죄피해자 보호법』 등 법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언어생활과 관련한 법은 없을까?


국어기본법, 그게 뭔데?

 우리나라는 2005년 1월 27일, 국민들의 국어사용을 권장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에 이바지하고자 『국어기본법』을 만들었다. 『국어기본법』은 크게 △국어 발전 기본계획의 수립 △국어사용의 촉진 및 보급 △국어능력의 향상 등의 내용을 포함해 총 5장으로 구성돼있다. 이를 하나하나 톺아보기 전에 용어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국어’는 대한민국의 공용어인 한국어를 의미하며, ‘한글’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뜻한다. 『국어기본법』에서는 이처럼 한국어와 한글의 정의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어 한국어는 곧 한글이라는 통념이 잘못됐음을 밝히고 있다.


국어를 돌보는 일엔 국가의 책임도 있어

 『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국어 발전과 보전에 책임이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해야 한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년마다 국어 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시행해야 하는데, 이때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필요하다면 국민의 국어능력, 국어사용 환경 등의 실태를 조사할 수 있다. 한편 매년 정부에서는 국어의 발전과 보전에 관한 시책과 결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코호트 격리’가 아닌 ‘통째 격리’여야 하는 이유

 국어사용의 촉진 및 보급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어문규범을 제정해야 한다. 또한, △공문서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의 대중매체 △교과용 도서에는 어문규범을 준수한 올바른 국어가 사용돼야 한다. 특히 공문서는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게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 공공기관에서 배포하는 보도 자료에는 ‘코호트 격리’ 대신 ‘통째 격리’를 사용하는 게 더 적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는 국민이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여 보급해야 한다. 


『국어기본법』, 한국어와 한글을 널리 알리다

 『국어기본법』에는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재외동포나 외국인에게 국어 보급을 하기 위한 규정도 있다. 세종학당재단을 설립하여 외국어 또는 제2언어로 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하는 기관을 세종학당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한국어 교원 양성에 힘쓰기도 한다. 더불어 한글날 지정과 기념행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이는 국내외적으로 국어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위 내용을 종합해볼 때, 『국어기본법』은 한국어 및 한글을 지키고 널리 알리기 위한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어기본법이 헌법에 위배? 그렇지 않아!

 그런데 2012년 10월 22일,『국어기본법』은 한 차례 수난을 겪는다. 일부 조항이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난 2016년, 공개변론이 열렸고 당시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를 비롯해 우리 말글살이에 힘쓰는 이들의 노력으로 2016년 11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위헌 확인을 청구한 사항에 대해 전부 기각 및 각하하였다. 여러 가지 조항에 대한 위헌 확인 청구가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국어기본법』제14조(공문서의 작성)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2헌마854 결정 [국어기본법 제3조 등 위헌 확인] 중 일부 발췌 (출처: 케이스노트)


강제성은 없지만…

 『국어기본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강제성을 띠지 않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은 왜 국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심지어는 이 법이 정말 필요한 건지 의문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국어기본법』은 제2조(기본 이념)에서 이렇게 답한다.


"국가와 국민은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국어기본법』 제2조(기본 이념)


 언어는 법률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법보다는 언어의 발전과 쇠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심하면 잃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의 언어를, 나아가 우리의 정체성을 말이다. 『국어기본법』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글과 한국어를 지키는 것, 곧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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