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조금 더 쉽게 맛볼 순 없을까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이희승 기자

h29mays@naver.com


 사람들이 물만큼 많이 마시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다. 잠을 깨우거나 식사 후 입가심을 위해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일부러 찾아 즐기기도 한다. 이렇게 커피가 하나의 문화생활이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리고 커피 전문점을 찾지 않고 집에서 내려 마시는 사람도 늘어나, 이제는 가정용 원두를 주 상품으로 내놓는 상점도 많아졌다. 그런데, 원두 회사들이 쓰는 용어 때문에 도대체 원두가 무슨 맛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로스팅은 ‘볶음’으로, 바디감은 ‘입 느낌’으로

▲ (위부터) 커피 회사 <네스프레소>와 <미스터콩> 상품 설명에서 나오는 외국어 표현들

▲ ‘바디감’, ‘블렌드’, ‘오리진’ 등 외국어 표현이 많은 <브라운백 커피>의 원두 맛 설명


 ‘로스팅’, ‘바디감’, ‘강배전’, ‘산미’, ‘블렌드’, ‘싱글 오리진’ 등의 단어들. 외국어에, 한자어까지 있어서 낯설지만, 실제로 원두를 파는 가게에서 매우 흔하게 쓰는 말들이다. ‘로스팅’은 커피콩을 볶아 원두로 만드는 일이다. 같은 의미로 ‘배전’을 쓰기도 한다. ‘강배전’, ‘중배전’, ‘약배전’으로 커피콩이 얼마나 볶아졌는지를 나타내는데, 일본식 한자어인 ‘배전(焙煎)’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이 말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바디감’은 주로 포도주나 커피 따위를 맛볼 때 입안의 느낌 또는 입안에서의 느낌이 무겁거나 묵직한 상태를 뜻한다. 영어 ‘바디(body)’와 한자 ‘느낄 감(感)’이 합쳐진 독특한 말인데, 이 조합에서 단어의 의미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국어 로마자 표기법대로라면 ‘보디감’으로 적는 게 맞다. 그 밖의 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커피 전문점이나 커피 회사에서 쓰이는 외국어 표현들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은 원두를 얼마나 볶았고 무슨 맛이지 바로 알아차리는 것보다 검색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말로 바꿀 수 없어 굳어진 외래어가 아니라는 점과 충분히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다는 점이다.

▲ 바로 의미를 떠올릴 수 있으며 적당한 음절 수를 갖춘 우리말로 바꿔보았다. 

 

 이렇게 우리말로 바꾸어 원두의 맛을 알려준다면, 헷갈리지 않고 훨씬 더 쉽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말 이름을 붙인 커피 회사들

▲ <한국맥널티>의 3종 원두


 2015년, 한국맥널티에서는 원두 맛을 아예 상품의 이름으로 정했다. ‘쌉싸름한’, ‘화사한 향기’, ‘깊고 부드러운 풍미’라고 우리말로 쓰니 훨씬 직관적이다. 실제로 커피를 고르기 어려워하는 고객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는 이 제품들을 팔지 않지만, 여전히 소비자를 배려해 원두 이름을 정하고 우리말로 맛을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다.


▲ <한국맥널티>의 제품 ‘행복을 주는 커피’와 원두 맛 설명


 외국 회사의 제품을 들여와 파는 것이라면 이름을 함부로 바꿀 수 없지만, 국내 회사라면 외국어를 쓰지 않고도 제품의 이름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여지없이 외국어 이름이 붙은 원두 제품들이 너무 많다. 이를테면 ‘레트로’, ‘어썸’, ‘하비스트’ 같은 것들이다. 커피가 처음부터 다른 나라의 문물이니 외국어로 표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외국어 이름을 붙여야만 그 제품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여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외국어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 좋은 원두는 만들 수 있으며, 오히려 우리말 이름을 붙일 때 그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커피 회사 <프릳츠>에서는 우리말 이름을 붙인 원두를 새로 내놓았다.

▲ <프릳츠>의 원두 ‘영차영차’와 ‘잘 되어 가시나’


 외국어 이름이 붙은 수많은 원두 제품 사이에서 ‘영차영차’와 ‘잘 되어 가시나’가 놓여있다면, 분명 한 번 더 눈길이 갈 것이다. 프릳츠에서는 쌉싸름하고 묵직한 맛의 원두를 힘쓸 때의 감탄사인 ‘영차영차’로, 달콤하고 여운 있는 맛의 원두를 안부 표현인 ‘잘 되어 가시나’로 표현했다. 두 개의 우리말 이름이 주는 느낌과 각각의 원두 맛이 제법 관련 있어 보인다. 이렇게 앞으로도 우리말, 특히 토박이말로 제품에 이름을 붙인다면 단순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에서 더 나아가 토박이말이 주는 감성도 함께 담길 수 있겠다. 


 커피는 이제 외국만의 문화가 아니다. 많은 한국인이 찾고 즐기는 만큼 쉽게 사고 마실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마키아토’니, ‘프라푸치노’니, ‘아포가토’니 하는 어려운 용어가 많은 차림표 속에서, 원두 맛에 관한 용어와 상품의 이름부터 우리말로 바꾼다면 그것이 바로 커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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