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누리집의 외국어, 우리말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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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업무를 직접 방문하여 처리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지금, 우리는 대신 인터넷으로 그 일을 해결한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은행의 누리집을 보면 외국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은행 누리집의 외국어 남용 실태


▲ 국민은행 누리집 화면


국민은행의 누리집 일부이다. ‘KB골든 라이프 연금 우대 예금’, ‘KB Young Youth 증여 예금’ 등 예금 상품의 이름을 모두 외국어로 지은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납입일 고지SMS 서비스’는 ‘납입일 고지 문자서비스’로, ‘My 자기앞수표 발행 내역 조회’는 ‘나의 자기앞수표 발행 내역 조회’로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국어로 지었다.


▲ 신한은행 누리집 화면


신한은행의 누리집도 마찬가지다. ‘바우처’는 ‘행정 분야 전문 용어 표준화 고시 자료’(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3-9호, 2013년 3월 8일) 설명에서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상품권’, ‘이용권’을 쓰라고 되어 있다.


▲ 하나은행 누리집 화면


하나은행의 누리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행복 knowhow’에서 ‘knowhow(노하우)’는 ‘기술, 비법, 비결’로, ‘랭킹’은 ‘서열, 순위’로 쓸 수 있는 우리말이 있음에도 외국어를 사용했다. 


은행 업무와 관련된 외국어 남용은 누리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 상용화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으로 은행 업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 언급한 은행들은 평균적으로 7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그중 반 이상은 외국어로 이름을 지었다. 상세한 정보를 찾아보지 않으면 어떠한 기능을 가졌는지 알기 어렵다.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예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 경우를 뺀다면 굳이 외국어로 적을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알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외국어 남용

정보화 시대에서 외국어 남용의 문제는 커진다. 소득 격차에 따라 정보를 주고받는 속도도 현저한 차이를 낳는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와 서비스들, 그리고 쓰지 않던 외국어 표현이 늘어감에 따라 인해 외국어 능력에 따른 정보 격차는 더더욱 벌어지기 마련이다. 마치 ‘부익부 빈익빈’처럼 말이다. 


50대 직장인 3명에게 주택 금융 용어인 LTV(주택 담보 인정 비율)와 DTI(총부채 상환 비율)의 뜻을 알고 있는지 물음을 던져보았다. 3명 모두 뜻을 제대로 모른다는 응답을 받았다. 첫 번째 응답자는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용어를 너무 외국어로 줄여서 불편하다”라고 대답했다. 나머지 두 명 또한 “뜻을 몰라 직접 찾아볼 수밖에 없어 번거롭다”, “쓰지 않던 표현이라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대답했다. 


누구나 공평하게 받아야 하는 혜택을 어려운 외국어로 표기해 두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생긴다. 외국어를 아는 사람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지만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자연스레 차별을 받는다. 국민의 권리와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알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한다.


우리는 인터넷의 발달로 누리집이나 스마트폰 어디에서나 외국어가 등장하는 일상에 살고 있다. 이런 일상에 무심코 젖어 있다 보면 말에 관한 경각심을 가지기 어렵다. 이렇듯 무의식적으로 스며든 외국어 남용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말의 존재가 무색해질 만큼 외국어로 뒤덮인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언어 하나로 차별을 받는 국민이 존재하는 사회, 과연 바람직할까?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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