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한창 꽃 피울 나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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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된 노인 교실이 전국구로 확대되고 있다. 노인 교실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문해능력 뿐만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것은 한글 교육일 것이다. 과거 어려운 집안 사정과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육받지 못한 노인에게 글을 깨우친다는 인생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들이 쓴 시가 모여 시집이 됐고, 매력적인 글씨체는 카카오톡 대화방의 글씨체가 되었다.

  

▲군산시에서 발행한 2019 성인 문해 교육프로그램 시화집 『할매 시작하다』 표지


동생들 돌보고 집안일 하라고/학교에 간 첫날 아버지에게/끌려 나와 평생 동안 학교는/단 하루 다녔다/고단한 세월은 가슴에 묻고/60년을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다/다 늙어 세월이 좋아져/학교에 다니며 글자를 배워/읽고 쓸 수 있으니 참 좋다


 위는 김인덕(71) 씨가 지은 시 ‘묻어버린 꿈’이다. 학교에 간 첫날, 아버지에게 끌려 나와 교육받지 못했던 안타까운 순간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을 통해 읽고 쓸 수 있는 삶이 김인덕 씨에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짐작하게 한다.


경로당 살림을 하게 되어/가계부를 적어야 하는데/글을 몰라 적지 못했다/옆집 사는 동생에게/대신 적어 달라고 하니/처음에는 해 주더니/나중에는 귀찮다고/안해줘서 울기도 했다/늘푸른학교에 다니면서/공부를 하다 보니/지금은 경로당 가계부/쓰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위 시는 김순애(82) 씨의 시 ‘식은 죽 먹기’다. ‘안 해줘서 울기도 했다’ 구절을 통해 그동안 한글을 몰랐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짐작할 수 있어 읽은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할매, 시작하다』 속에는 할머니들의 시 90여 편이 담겨있다. 늦깎이 학생들의 시는 화려한 표현이나 은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 충분하다. 서툰 맞춤법과 띄어쓰기지만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학생들의 이야기는 잔잔한 울림을 준다. 


▲ 카카오톡 앱(설정-화면-글자크기/글씨체) 순으로 실행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치며 일어난 일은 시집을 내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2018년 카카오톡에서는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의 글씨체로 폰트글꼴 적용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유식 할머님체, 권정애 할머님체, 김중자 할머님체, 신태연 할머님체>로 총 4가지다. 삐뚤삐뚤한 글씨체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져 더욱더 매력적이며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진다. 글씨체가 출시된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누리꾼들은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도 같이가치-할머님 글씨체는 카카오톡 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같이가치-권정애 할머님> 글씨체를 적용한 카카오톡 대화방


 노인을 대상으로 한 한글 교육은 그들의 날개가 되어주었다. 경로당의 가계부 하나 쓰지 못했던 할머니가 시집의 주인공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은 간판에 적힌 사소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혼자서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으며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온 이야기는 문학이 됐고, 젊은 층과 소통도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서로 친구가 되기도 했다. 한글 교육으로 인생의 활력소를 찾은 그들의 힘찬 날갯짓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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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콩 2020.07.08 1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 ^^

  2. 차차 2020.07.08 1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순수 2020.07.11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따뜻한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