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기관의 언어와 외국어 남용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백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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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에는 기호성, 자의성, 역사성, 규칙성, 창조성, 사회성, 분절성, 추상성 등 다양한 특징이 있다. 이 중에서 언어의 역사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어의 뜻이 바뀌거나 의미가 생기고 사라지는 등 변할 수 있다는 특징이다. 실제로 현대 사회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변화가 매우 빠르다. 이에 따라 다른 언어들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외국어가 우리말 속에서 사용되는 등 우리말의 단어나 표현들이 외국어의 영향을 받아 변하게 되었다. 


외래어와 외국어

 외래어와 외국어는 외국과의 접촉으로 인해 우리가 사용하게 된 말들이다. 하지만 외국어는 ‘다른 나라의 말’로 타국어이지만,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라 하더라도 발음과 사용이 국어와 같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버스나 피아노와 같은 단어는 고유어로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쓰이는 명사이다. 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에 따르면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기원하였다는 점에서 고유어나 한자어와 다른 특수성을 보이기도 하나, 이러한 특수성이 외래어의 국어 지위를 흔들지는 않는다”라며, 그 사용을 인정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어는 해당 언어를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말들로, 충분히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다. 외국어와 외래어는 그 차이를 분명하게 가를 수는 없지만 보통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것들은 외국어로 보는 견해가 다수이다. 따라서 대체 가능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남용이라고 본다. 외국어 남용은 특히 공공 기관에서 이루어질 때 문제가 생긴다. 공공 기관은 각종 분야를 대표하는 공적 기관으로 바른 우리말을 사용해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국어기본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외국어 남용 사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외국과의 접촉이 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중에 외국어의 영향을 받은 말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굳이 대체할 수 있는 언어가 있음에도 과하게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에코 마일리지’,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전국적인 할인전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 횡단보도 앞에 설치되어 있는 ‘옐로 카펫’ 등이 있다. 이 단어들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들은 각각 비교적 쉬운 단어이지만, 서로 합쳐지면서 각 단어의 뜻과 합성어의 뜻이 멀어지는 경우가 생겨 의미를 바로 파악하기 힘들다. 또한 ‘디자인 거버넌스’나 ‘디지털 원패스’와 같은 특정 분야의 용어들도 그 의미를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옐로 카펫’과 같이 안전과 관련된 단어일 경우 단어의 의미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언론보도에서도 외국어가 남용되는 경우 이 문제점이 더욱 부각된다. 한 가지 예로 2020년 6월 8일 디지털타임스의 기사 제목은 “‘면허 남발’ 부메랑 됐나... 치킨 게임 번지는 LCC”라는 기사를 들 수 있다. 기사의 제목은 내용을 요약해 독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외국어 남용으로 기사가 담고 있는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다. 외국어 남용은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아래의 사진은 2020년 1월 서울시가 주최한 박람회 홍보용 전단지이다. 서울특별시에서 진행하는 우리나라의 행사이지만 프로젝트, 디자인 거버넌스, 온오프 믹스 등 다양한 외국어가 남용되었다.


▲서울시의 “디자인 톡톡쇼” 홍보 사진 (출처: 서울특별시 누리집)


 이러한 외국어 남용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순화된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보다 글자의 수가 짧아진다. ‘페티켓’은 반려 동물을 뜻하는 ‘펫’과 예절을 뜻하는 ‘에티켓’이라는 영단어를 합한 단어이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페티켓은 ‘반려 동물 공공 예절’이라는 긴 단어로 순화된다. 짧은 제목 안에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기사 제목이나 홍보 전단에서는 두 단어의 의미를 미루어 보아 페티켓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확률이 높다.

 두 번째로, 외국어를 이용해 중의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경우이다. 시흥시는 2019년 ‘2020 정책 톡톡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톡톡’이라는 단어에 대화와 창의적인 제안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담았다. 이러한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해 더 많은 내용을 담고 표현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홍보용 사진임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하면 홍보 효과도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홍보 전단의 본래 목적에 맞게 사람들이 모두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보다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0 정책톡톡 아이디어 공모전 홍보 사진 (출처: 시흥시청 누리집)


외국어 남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지향점

 외국어 남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단체들이 우리말 순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쉬운 우리말을 쓰자”(plainkorean.kr)라는 누리집을 만들어 일반 국민 누구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외국어를 제보하고 다듬은 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국립국어원과 동아일보는 2004년부터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란 이를 듣고 말하며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그 수명과 쓰임새가 결정되므로우리 모두가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일상 속의 대화에서나 글을 쓸 때 외국어를 대체할 만한 표현이 따로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고 사용하거나, 위에 제시된 단체들에 단어 순화를 신청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언어 순화를 위한 노력으로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의 외국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우리말을 지켜나간다면 더욱 풍부한 우리말 표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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