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벽이 녹을 때까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곽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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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해의 마지막은 유난히 춥고 답답했습니다. 온 세상에 갑자기 불어닥친 전염병이 우리 앞에 벽을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단단하고 차가운 눈 벽을. 안에 있어도 바깥의 찬 공기가 느껴지는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발맘발맘 걷다 보면 눈 벽이 스러진 공간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일 년을 보냈습니다만 아직도 전염병의 여파가 남아있는 현실에 맥맥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도대체 우리 앞에 놓인 눈 벽은 언제쯤 부서질까요?


맥없이 움츠러들어 있을 수만은 없기에 기운 내어 창문을 열어봅니다. 한산한 거리는 서로를 위해 외출을 삼가는 마음을 보여주고, 어느 도로에서 들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한숨 돌릴 틈 없이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람 냄새가 납니다. 잊고 있던 따뜻한 기운이 번지고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조금만 더 버텨내기로 합니다. 언제나 건강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할머니의 인사말이 유난히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2021년은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조금 있으면 봄이 올 겁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처럼 밝은 기운을 달고 꽃이 필 겁니다. 꽃이 지고 나면 바다를 부르는 여름이 오겠지요. 뜨거운 열기가 식어갈 즈음 앞산엔 단풍이 들고 동네마다 으레 있는 나무들에는 아람이 매달려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시, 따뜻한 것들이 사랑받는 겨울이 올 겁니다. 당연한 계절의 순환, 평온한 일상, 우리는 회복할 것입니다. 고단해도 하루는 흘러가니까요.


 그날들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일단은 눈사람을 만드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두려 합니다. 차를 끓이고 솜이불로 발을 덮은 채 눈 벽을 지탱하는 눈들을 긁어내듯 세밀하게 예쁜 말들을 그러모아 여기 적어둡니다.  


 2021년은 모두에게 밝은 해가 되기를. 얼어붙어 있던 눈 벽에 어느 때보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기를. 우리 앞에 거대하게 쌓인 눈 벽이 모조리 녹아버릴 때까지. 그래서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을 전할 수 있길. 


 이 글이 완성되는 동안 끓여둔 차가 알맞게 식었습니다. 한 모금 마시며 저마다 쌓아둔 말들이 널리 널리 퍼지는 2021년을 그려봅니다. 모짝모짝 녹아버린 눈 벽 너머로 조금씩 활기찬 기운이 번집니다. 그때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합시다. 부디 건강하게.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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