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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글문화연대가 바꾼 2020년, 바꿔 갈 2021년 (2부) - 이희승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1. 4. 9.

한글문화연대가 바꾼 2020년, 바꿔 갈 2021년 - 2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7기 이희승 기자

h29mays@naver.com

 

1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외국어 표현을 바꾼 공문들, 새말과 올바른 우리말 지식을 전달한 누리 방송,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 등 공공기관과 보도기관의 외국어 남용을 해결하기 위해 힘쓴 한글문화연대의 여러 활동을 소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글문화연대는 대학생과 청소년들도 올바른 우리말 문화를 가꾸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글로 쓰고 발로 뛰다, 대학생 기자단과 우리말 가꿈이
한글문화연대에서 지원하는 학생 활동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대학생 기자단’, ‘우리말 가꿈이’, 그리고 ‘우리말 가꿈이 푸른’이다.

 

▲ (왼쪽부터) 한글문화연대 6, 7기 단체 사진, 7기 기자단이 쓴 기사들 일부

‘대학생 기자단’은 2014년에 만들어졌으며 기수마다 1년 동안 우리말과 언어문화에 관한 여러 주제로 기사를 작성한다. 한글문화연대에서는 기자들에게 명함을 만들어주고 현직자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시간을 마련함으로써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20년 5월에는 7기 기자단이 활동을 시작했고 우리말 역사와 문화, 외국어와 번역, 외국어 남용 문제 등 다채로운 기사들로 2020년을 채워나갔다. 일부 기사는 한글 학회 월간지 <한글새소식>에 실리기도 했다. 현재는 2021년에 활동할 8기 기자단이 출발을 앞두고 있다.

 

▲ (왼쪽부터) 우리말 가꿈이 19기의 민원으로 사라진 세종대왕릉역 앞 ‘파크앤라이드(PARK & RIDE)’ 영문 표기, 우리말 가꿈이 18기가 만든 <아띠보람> 6·7월호

우리말 가꿈이는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가꾸는 활동을 통해 우리 문화와 정체성을 보전할 뿐만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언어문화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학생 동아리다. 2011년에 만들어졌으며 1년에 두 번 새로운 기수를 선발해 약 4개월 동안 활동한다. 2020년 4월에는 18기가, 8월에는 19기가 선발되어 세종대왕 생신 잔치, 574돌 한글날 행사를 열었고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릉역 1번 출구 앞과 주차장에 각각 적혀있던 ‘키스앤라이드(Kiss & Ride, K&R)’와 ‘파크앤라이드(PARK & RIDE)’를 우리말 표기로 바꾸기 위한 공문을 보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한 18기의 아띠모둠에서는 다양한 우리말 이야기가 담긴 월간지 <아띠보람> 6월호와 7월호를 발간했다. 지난 3월에는 새로 선발된 우리말 가꿈이 20기의 오름 마당이 열렸다. 
‘우리말 가꿈이 푸른’은 대학생 동아리 우리말 가꿈이와 비슷한 취지로 언어문화 개선에 관심이 많은 중·고등학생 동아리들의 모임이다. 2013년에 시작했으며 1년에 한 번 동아리 단위로 학생들을 선발하여 약 3~4개월 동안 활동한다. 2020년에는 2019년까지 사용하던 ‘우리말 사랑 동아리’ 대신 ‘우리말 가꿈이 푸른’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이 1기를 선발했으며 11개의 동아리가 8월부터 12월까지 열심히 활동했다.

▲ 2020년 ‘바른 말 고운 말 쉬운 말 만화·표어 공모전’ 만화 부문 수상작 일부.

한글문화연대는 해마다 한글날을 앞두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연다. 2020년에도 574돌 한글날을 맞아 ‘바른 말 고운 말 쉬운 말 만화·표어 공모전’을 열어 앞서 소개한 모임 활동 외에도 더 많은 학생이 우리말 사랑에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해 모두 964개 작품을 응모했고 만화 3개와 표어 5개가 상을 받았다. 이로써 청소년들도 우리말·한글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어 남용이 큰 문제… 많은 힘을 쏟을 것”
한 해 동안 많은 자취를 남긴 한글문화연대에 2020년은 어떤 해였을까. 그리고 2021년에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 계획과 포부를 듣기 위해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가 그 일문일답이다.

- 2020년은 한글문화연대에 어떤 해였습니까?

이건범 대표: 2020년은 한글문화연대가 태어난 지 2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언어는 인권이다”라는 우리의 구호가 이제는 어디서나 국어운동과 국어정책의 핵심 정신으로 서고 있는데, 그 획기적인 변화 시점이 바로 2020년이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박양우 장관님과 정책 담당자들이 그런 정책을 실제로 입안하고 추진하기 시작하여 본격화한 게 2020년이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저희도 좀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그런 공공언어 정책에 우리 한글문화연대가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게 되었지요.

 

▲ 2020년 10월 10일에 열린 ‘공공언어 수월화의 사회철학 세우기’ 안내 그림


- 그렇다면 한글문화연대의 2020년 활동이나 운영에서 잘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건범 대표: 한글날을 기념하여 ‘공공언어 수월화의 사회철학 세우기’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었던 게 가장 잘된 일이었습니다. 국어학자들만이 아니라 철학자, 사회학자, 영어학자, 불어학자 등이 함께 어울려 쉬운 공공언어 사용이 왜 필요한지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았지요. 이 논문들이 곧 단행본 학술서로 출간되면 일반 국민과 공무원, 언론인, 학자들에게 유익한 고민거리와 해답을 주리라 기대합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우리말 가꿈이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줌으로 온라인 모임을 추진한 것은 그 나름의 성과였고, 학생들도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동력이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스러웠어요.

- 외국어 남용, 신조어 사용 등 아직 고쳐지지 않은 우리말 관련 문제들이 있습니다. 여러 문제 중 가장 해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끼시는 우리말 문제는 무엇일까요?

이건범 대표: 외국어 남용이 날로 늘어가서 걱정입니다. 최근에 어느 텔레비전 방송을 보다 보니 아예 방송 제목을 ‘에이아이 어쩌고’로 정했더라고요.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면 훨씬 이해도 쉬울 텐데, 제목도 그렇고 출연자도 그렇고 모두 ‘에이아이’라고 합니다. 참 역설적으로도 양자역학을 전공한다는 어느 과학자만 그 프로그램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쓰더군요.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다가오는 이 외국어 남용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던 장면입니다.

- 여러 공공기관과 언론기관에 보내신 공문들, 그리고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 등을 보면 2020년에는 외국어 남용 문제에 중점을 두셨음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2021년에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실 예정인지, 또한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건범 대표: 아무래도 공공언어 분야의 외국어 남용을 줄이는 일이 가장 힘을 쏟을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모든 공무원이 발행하는 보도자료를 조사하여 외국어 남용 사례에 관해 개선을 권고하는 공문을 계속 보냈어요. 그렇지만 개선 권고만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지라 올해에는 좀 더 가까이에서 공공기관의 쉬운 말 사용을 도와줄 방법을 찾아 제시하려 합니다. 컴퓨터와 전화기를 활용하여 외국어 대신 쓸 마땅한 쉬운 말을 찾아주는 도우미 프로그램 같은 것을 만들어줄 생각이고요. 또한 공공 정보자료를 만들어 공개하는 방법, 이를 각 공공기관의 누리집에 연동시키는 방법 등을 찾고자 합니다. 어려운 공공언어 때문에 겪은 애로를 수기로 적어내는 공모전,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수기 등을 공모하는 활동도 펼칠 계획입니다.

- 계획하고 계시거나 이미 추진하고 계신 장기적인 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건범 대표: 가칭 ‘쉬운 공공언어 사용에 관한 법률’을 만들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과 함께 연구하고 추진하고자 합니다. 미국에서는 2010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쉽게 쓰기 법(Plan Writing Act)’을 제정하여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작성하는 문서 가운데 특히 일반 국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서를 쉽고 명확하게 쓰라는 지침을 정하여 실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히 정책용어에 외국어가 많이 남용되고 있어서 단지 문서만 아니라 언어 사용 전반에 관해 공공영역에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나친 규제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므로 공감대를 넓혀가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  2021년을 향한 포부 등 더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 있습니까?

이건범 대표: 2021년에는 좀 더 세련되고 효율적인 방안을 장착시키고자 모든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2020년 한글문화연대의 노력과 이뤄낸 결실 그리고 2021년 계획을 살펴봤다. 더 다양한 소식은 이건범 대표가 매주 발행하는 누리집 소식지 <한글 아리아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범람하는 외국어 사용을 바로잡기 위해 이제는 제도적 측면으로도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한글문화연대가 바꿔나갈 2021년과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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