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만큼 과학용어도 어려워야 하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이원석 기자

lemonde@khu.ac.kr

 

▲ 출처: “생소한 코로나19 용어, 쉬운 우리말로 바꿔볼까?” 서울특별시 뉴스 (2020.09.08.)

코로나19가 발병하고 한 해를 훌쩍 넘겼다. 그간 우리네 삶은 많은 부분이 바뀌고 준비 과정이 추가됐다. 외출을 위해 얼굴을 가려야 했으며, 타인과 대화를 할 때도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숫자에 민감해졌다. 대중매체는 확진자 추이와 백신 접종률 등 모든 상황을 숫자로 나타내서 중계한다. 숫자가 건조한 사실 관계만 객관적으로 전달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와 달리 용어를 정립하는 과정은 다양한 분야의 주관이 개입한다. 전례 없는 용어를 차용할 때는 원어 발음을 살릴 건지,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할 수 없는지 등 통합적 관점에서 헤아리는 게 순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용어는 주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그러나 용어 순화를 위해서 인문사회 분야와 터놓고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어도 문화 교류의 장이니만큼 풍부한 논의는 사회적 사고를 확장하는 힘이 된다. 나아가 전문가 집단은 대중의 언어 습관도 이해해야 한다. 의미 전달과 사용자 편의를 함께 고려하지 않은 용어는 일상과 동떨어지기 쉽다.

 

물론 현실 적용은 다른 문제다. 코로나19와 함께 쏟아진 과학 용어는 전공 지식을 대중에게 풀어 설명해야 하는 첫무대가 됐다. 정부와 대중 사이 언론이 끼어들었다. 언론은 빠른 용어 선점을 위해 숙의를 거치지 못한 말들을 공격적으로 양산하고 배포했다. 마치 언론 간 속보 전달을 위한 기동전을 방불케 했다. 그중에는 코호트 격리풀링 검사처럼 의미를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합성어도 있다.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나 국립국어원과 함께 어려운 코로나19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강제가 아니라 권고라는 점에서 언론에게 책임을 묻거나 스스로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건 힘들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정부도 일부 책임이 있다. 언론을 통제하지 못하고 도리어 이용하기 바빴다. 대표 사례가 케이(K)-방역이다. 정부는 작년 이맘때 코로나19 대응 방역 체계를 높이 사며 케이(K)-방역이라는 성과를 내걸었다. 정부 주도로 강력하고 효율적인 초동 대응을 이끌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방역 과정에서 이룬 고무적 성과와 달리 작명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 대중음악(케이팝)을 필두로 탄생한 접두어 ‘K-’는 여전히 지속 가능한 용어보다 임시 기호에 가깝다. 더욱이 젊은 층이 주로 소비하는 대중음악과 달리 방역체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참고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언론에게 불분명한 용어 사용을 경고했지만, 정작 정부도 홍보를 위해 방역 체계 전체를 일컫는 말부터 반짝 유행어로 치부하는 게 현실이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채 개인마다 이해도가 다른 용어를 고집한다면 정보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정책에서 무분별하게 유행을 따르는 건 심각한 사회 문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파생된 용어를 고루 정돈하고 알리는 일도 방역의 일환으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과학 용어도 점진적으로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를 고대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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