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판의 이모저모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규리 기자

kyu0814ri@naver.com

 

21세기 디지털 시대,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는 우리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자판은 언어를 입력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직접 필기하지 않고 손가락의 움직임만을 통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은 타자기가 등장했을 당시 상당히 획기적이었을 것이다. 한국에도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면서 다양한 자판 배열이 개발되었고 효율적인 자판을 개발하는 일이 국가 차원에서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현재 통용되는 자판 배열은 일부 특정되어 있지만, 우리가 접해본 것들 이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컴퓨터 키보드 자판 배열은 크게 두벌식, 세벌식으로 나눌 수 있고, 스마트폰 키보드 자판 배열은 두벌식(쿼티), 천지인, 나랏글, 스카이(SKY) 한글로 분류할 수 있다. 오늘은 한글 자판 중에서도 컴퓨터 키보드 자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한국 표준 자판, 두벌식의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KS X 5002)’

 

타자기가 대중화되면서 국내 타자기 시장에서 자판 배열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통일되지 않은 형식으로 여러 자판이 출시되면서 사람들은 자판 배열을 따로따로 익히는 것에 피로감을 느꼈고, 이에 자판 통일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결국 1982, 정부는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KS X 5002)’로 자판을 표준화하였다. 두벌식을 표준 자판으로 확정하고 적극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두벌식 자판이란 자음(닿소리)과 모음(홀소리)이 서로 다른 글쇠에 배치된 한글 자판을 의미한다.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 키보드에서 쓰는 자판 배열이 두벌식이다.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KS X 5002)은 사용하는 자판의 수가 적어 익히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문자와 숫자, 기호의 배치가 영문(미국) 두벌식(쿼티) 자판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영문 자판과의 호환성이 높다. , 자판에 나열된 자음 14개와 자주 쓰는 단모음 및 이중모음 12개가 알파벳 26개와 대응을 이루기 때문에 업무상 알파벳과 한글을 함께 표기할 일이 많은 현대인에게 편리한 것이다. 시프트(Shift) 키를 함께 누르면 쌍자음 5(, , , , )와 이중모음 2(,)를 입력할 수 있고, 케이에스(KS) 규정에 따르면 겹받침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반모음 및 이중모음은 자판 2개를 연속으로 눌러서 입력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 표준 자판인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KS X 5002)’과 영문자판을 함께 표기한 모습)

 

이로써 자판 배열 난립으로 인한 혼란은 잦아들었지만, 두벌식 표준 자판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자판의 수가 적은 만큼 배우기는 쉽지만 오타가 많이 발생하고 속도도 느리다. 초성과 종성을 같은 자판으로 입력하기 때문에 양손이 느끼는 부담률이 다른 것도 단점이다. 한글에서는 한 음절이 자음-모음(초성-중성) 또는 자음-모음-자음(초성-중성-종성)의 형태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자음을 담당하는 왼손이 모음을 입력하는 오른손보다 더 피로해진다. 특히 왼손 새끼손가락의 사용 빈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공병우 박사의 공세벌식 자판

 

세벌식 자판은 한글 낱자를 3(첫소리 1, 가운뎃소리 1, 끝소리 1)로 나누고, 벌이 다른 낱자는 서로 다른 입력 방법으로 넣게 한 한글 자판이다. 이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공병우 박사가 개발한 세벌식 자판, 줄여서 일명 공세벌식 자판이다.

공세벌식 자판은 첫소리를 오른손 자리, 가운뎃소리(홀소리)를 왼손 자리의 오른쪽, 끝소리(받침)를 맨 왼쪽에 두는 것이 기본이다. 첫소리(초성)에서 시작해 가운뎃소리(중성)을 거쳐 끝소리(종성)으로 흘러가도록 해서 물 흐르듯 편하게 자판을 입력할 수 있다. 세벌식의 장점은 바로 이 효율성과 리듬감이다. 초성, 중성, 종성이 따로 배치되어 있고 왼손의 부담이 줄어들어 타자 속도도 빠른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컴퓨터 키보드가 두벌식이어서 세벌식을 사용하려면 해당 키보드의 설정을 일일이 바꾸어야 해 접근성이 낮은 것이 단점이다. 수요가 적어 세벌식 자판을 구하거나 익힐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또 두벌식보다 사용하는 자판 수가 39개로 많아 초보자에게 더 어렵다.

 

(출처: 위키백과. 공병우 박사가 개발한 공세벌식 자판의 최종 모습

 

 

 

자판으로 느끼는 한글의 우수성

 

지금까지 한국의 표준 자판인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KS X 5002)’, 공세벌식 자판에 대해 살펴보았다. 언어에 따라 자판의 종류가 각기 달라 새로운 언어를 공부할 때 한글 자판과 다른 그 나라의 언어의 자판, 입력 방식을 비교해보는 것도 큰 재미이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어의 표기 체계를 한국어와 간단히 비교해보자. 한국어와 일본어를 표기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일본어의 경우, 표기하기 위해 다른 문자를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어는 각각 46개에 달하는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무수히 많은 한자 등 표기할 문자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한국어나 영어처럼 한정된 공간의 자판에 문자를 넣을 수 없다. 따라서 일본 문자는 영어로 음가를 적고 같은 음가를 가진 여러 종류의 문자 중에서 해당 문자를 직접 찾아야 하는 구조이고, 한글에 비해 입력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알파벳을 빌려 일본어를 표기하고 있는 모습(좌측), 네이버에는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문자별 대응하는 알파벳을 제시해주어 사용자들이 일본어 자판을 원활하게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우측).)

 

이런 측면에서 한글은 다른 언어를 빌리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빠르게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도 유용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업무가 전자기기상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에 한글의 편리함이 더욱 와닿는다. 과학적인 한글 덕분에 한국인들은 인터넷상에서 소통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덜했고, 어쩌면 한국이 정보기술 관련 분야에서 선두가 되는 데에 한글이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세종대왕은 당대 백성들뿐만 아니라 오늘날 컴퓨터를 사용하는 현대인들까지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해주신 위대한 스승이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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