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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북한에서 ‘레드벨벳’을 ‘붉은 융단 떼거리’라고 불렀다고? - 변한석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1. 8. 3.

북한에서 레드벨벳붉은 융단 떼거리라고 불렀다고?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변한석 기자

akxhfks1@naver.com

 

2018년 평양에서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이 열렸다. 한국 예술단의 출연자 중 그룹 레드벨벳도 있었는데, 공연 후 인터넷에선 북한 아나운서가 레드벨벳을 순우리말 북한식 이름 붉은 융단 떼거리라고 바꿔 부른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공연을 보도한 조선중앙티비 뉴스에는 공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는 내용과 김정은 위원장이 관람했다는 소식밖에 없으며 출연진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공연 소감에선 레드벨벳을 순우리말로 바꾸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했다.

사람들이 이런 가짜 뉴스를 믿게 된 건 외래어를 쓰지 않는 북한의 특징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2016남북한 언어 차이 극복 방안발표회에서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1999)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2006)을 비교한 결과가 나왔는데, 일상 언어는 38%, 전문어는 66%가 달랐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쓰이는 북한말인 문화어는 1966년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새로 제정되었으며 한국의 표준어에 대항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문화어는 한국의 표준어와 어휘나 발음에서 서로 다른 부분이 많다.

 

어휘의 차이

북한의 외래어 순화는 문화어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남한에서 그대로 쓰는 쿠키트라이앵글’, ‘와플같은 외래어는 북한에서 모란과자’, ‘세모종’, ‘구운빵지짐이란 순우리말로 바꿔 쓴다.

커튼 창가림막
드레스 나리옷
피씨방 첨단기술봉사소
노크 손기척
네티즌 망시민
콜라 코코아탄산단물
아이스크림 얼음과자

한국에서 쓰는 외래어와 북한의 순우리말 표현

 

아이스크림이나 네티즌 같이 영어에서 유래한 외래어뿐만 아니라 화장실 같은 한자어도 표준어와 차이가 있다.

각주 아래붙임
화장실 위생실
가발 덧머리
경보 걷기경기
골절 뼈부러지기
귀빈석 주석단
들창코 발딱코

한국의 한자어 단어와 북한식 표현

 

하지만 북한도 2000년대에 들어서 외래어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북한에 한국 드라마가 전해지면서, ‘카페치킨같은 외래어가 생활화됐다고 한다. 또한 김일성 전집에는 어쩔 수 없이 외래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goal)
바이러스(virus) 비루스
컴퓨터(computer) 콤퓨터
테러(terror) 테로
프로그램(program) 프로그람
라디오(radio) 라지오
앙코르(encore) 앙코르

북한에서도 쓰는 외래어 모음

 

북한에서 쓰는 외래어의 특징이 있다면, 영어 단어를 미국이나 영국식이 아닌 러시아식으로 발음한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과 거리가 가까운 이유도 있지만, 공산주의 국가 간의 우방 관계 때문에 미국식 영어를 지양하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카메라나 호텔같이 우리나라와 발음이 똑같은 영어 단어들도 있다.

 

발음의 차이

문화어의 발음은 평양말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표준어와 발음이 다르다. ‘노동이라는 단어는 북한에서 로동으로, ‘여자녀자라고 읽는다. 이는 두음법칙과 관련이 있는데, 단어나 음절의 시작이 이나 일 때 발음이 바뀌는 걸 두음법칙이라 한다. 한국의 경우 여자라는 단어에서 한자 는 단독으로 라고 읽지만, 뒤에 가 붙어 한 단어가 되자 발음을 생략된다. 하지만 북한은 두음법칙이 없어 녀자(여자)’, ‘랭기(냉기)’, ‘래일(내일)’이라 발음한다.

 

 

통일과 남북한 언어 문제

레드벨벳붉은 융단 떼거리사례처럼, 국내에선 북한이 외래어를 무조건 바꾸려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서 외래어 사용은 남북한 모두 거부할 수 없는 추세다. 북한은 한국 매체의 영향으로 외래어가 늘어가고 있으며, 남한은 외래어 남용뿐만 아니라 줄임말과 합성어도 많아져 심지어 세대가 다르면 서로 대화도 통하지 않는 사회적 문제가 되어간다.

이렇게 세대 간의 소통도 어려워지는데, 만약 어느 날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 간의 교류는 더욱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가까운 미래를 위해서도, 먼 훗날을 위해서도 외계어를 방불케 하는 줄임말과 있어 보이게 쓰는 불필요한 외래어를 줄이고, 대체할 수 있는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문화어의 특징은 우리가 배워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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