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천태만상⑥] 한국도로공사의 전문용어 표준화사업, 다듬은 말 54건 고시 예정
한국도로공사는 작년 초에 전문용어 표준화 계획을 수립했다. 그 뒤 도로협회, 대한토목학회, (사)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전문가와 학계,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어려운 용어를 다듬어 왔다. 지난 7월 도로 분야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 심의 결과 100건의 다듬은 말 중 60건이 의결됐다. 이중 54건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심의를 거쳐 한글날을 앞둔 10월 초에 고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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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부원장은 "이번에 글 다듬는 작업을 하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특히 일본말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말자는 데에는 충분히 공감하는 것 같아 희망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에는 영어식 표현이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한탄하듯이 기자에게 질문을 했다.
"기자님, 'PA'가 뭔지 아세요? 파킹 에어리어(parking area, 주차구역)랍니다. 'SA'도 있어요. 서비스 에어리어(Service area, 서비스 구역)입니다. 고속도로 주차구역이나 휴게소, 쉼터 등에 이런 영어식 표지판이 들어오고 있죠. '그루빙'은 미끄럼 방지 기법, 럼블스트립은 졸음 운전 방지를 위한 경로이탈을 방지하는 홈입니다. 그 뜻을 모르면 안전에도 문제가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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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원장에게 이번 사업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물었다. 그는 도로공사 측에 고마움부터 전했다.
"도로공사 내부 직원들의 자발적 의지로 시작된 사업입니다. 한글문화연대에 찾아와 도로 분야 전문 용어를 다듬고 싶다면서 자문부터 구해왔죠. 사실 저희는 각종 기관의 용어 문제를 지적해 왔는데요, 제3자가 간섭하듯이 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당사자들의 자각은 이 일을 완성하는 데 큰 힘이 되겠지요."
김 부원장은 아쉬움도 표했다. 계약할 때 가격을 협상하는 뜻을 담은 '시담'이라는 용어를 예로 들었다. 그는 "시담을 '협의'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고 도로공사 측도 동의했는데, 심의 과정에서 도로 분야의 용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됐다"라면서 "이런 기준이라면 3~4개 분야에 걸쳐 있는 전문 용어는 누구도 손댈 수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이날 출연자로 참석해 홍보 영상 제작 작업을 마친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도 거들었다.
"사실 용어를 다듬으면서 토박이말을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낯설고 촌스럽다면서 눈치를 본 전문가도 있었죠. 우리말에 대한 자긍심이 없어서겠지요. 새로 들어오는 외국어도 처음엔 낯이 설지요. 열 번 반복해서 들으면 익숙해집니다. 토박이말도 낯설지만 금방 익숙해집니다."
이 대표는 "도자기 학회와 함께 학술 용어를 다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각 분야의 학자들이 함께하는 '용어 학회'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라면서 "용어를 학술적 대상으로 보고, 그 탄생 배경과 쓰임새, 미래의 변화 가능성 등을 분석하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다듬으면서 각 분야 지식의 대중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본 기사는 오마이뉴스(2021.09.21)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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