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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속) 이순신 장군 이야기

by 한글문화연대 2014. 8. 28.

[우리 나라 좋은 나라-46] 김영명 공동대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얘기를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명량 해전에서 이순신에게 남은 전함은 12척이었다고 한다. 왜군의 전함은 330척이었다. 이렇게 불리한 여건에서 왜적을 쳐부순 이순신은 영웅임에 틀림없지만, 그 전에, 우리는 왜 항상 이렇게 약한 쪽이었냐 말이다. 왜 우리는 수백 척으로 12척의 적을 압박한 적이 없는가 말이다. 설사 저쪽의 어느 이순신에게 박살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역사상의 우리 위인이 어떤 분들인가? 을지문덕, 강감찬 등등. 이들은 외적의 침입을 막아서 나라를 구한 이들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적들을 훌륭히 물리쳤다. 훌륭히 물리친 건 좋은데,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불리한 여건’이다. 강대한 적의 압박 속에서 백성들은 온갖 고초를 당하고 심지어 임금은 도망치고, 그런 속에서 어느 위인이 나타나 적들을 겨우 물리친다. 이게 우리 영웅 이야기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정복하고 땅을 넓히고 이민족을 복속시키고... 이런 영웅은 없다. 국가 대항 축구 경기 시작 전에 하는 국가들을 들어보니 모든 나라들이 적을 쳐부수고 나라를 일으킨 위대한 우리 민족 만세 이런 내용인데, 우리 나라만 하느님이 보우하고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어쩌고... 이렇다. 위대한 기상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태극기도 청나라 리훙장이 무늬를 그린 중국 주역 사상이다.

우리가 정복한 것이라고는 조선 시대에 육진 개척하고 어쩌고 한 것인데, 그건 변방에 흩어져서 나라도 이루지 못한 다른 부족들을 복속시킨 것에 불과하다. 도대체 남의 나라를 쳐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럴 수도 없었다. 쳐들어갈 수 있는 남의 나라가 더 강대했으니.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고 북한을 쳐들어갈 수도 없고.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어차피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면 우리가 좀 공세적인 입장에 있어보면 안 되나 하는 말이다. 그럴 수 없는 우리의 지정학적 역사가 안타깝다. 만날 우리는 12척이고 저쪽은 500척이고... 임금은 도망가고 대통령도 도망가고. 중국이 구원해주고 미국이 구원해주고... 그래서 중국에 갑질 당하고 미국에 갑질 당하고...


어떤 사람이 일본에서 친구가 와서 구경을 시켜주는데, 최근에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오른 곳이 근처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가보자더란다.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 아래에는 밥집이 많고 야트막한 산이라 주말 등산 내지 산보 가기가 좋다. 아줌마들은 아래 식당들을 좋아하고 아저씨들은 산 중턱에서 파는 얼음 막걸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세계 문화 유산이 되었을 리는 만무한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빼어난 건축물도 아닌데...


어쨌든 남한산성에 대해 일본인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아 도무지 창피해서 죽겠더란다. 인조가 청 태종에게 쫓겨 안에서 버티다가 결국 무릎을 꿇고 항복한 곳 아닌가? 그냥 항복도 아니고 무릎을 꿇고 신하의 예를 갖추는 무조건 항복! 남한산성이 세계 문화 유산이 될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충분히 있는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에게 소개하기에는 참으로 ‘거시기’한 곳이다.


우리 역사에는 진정한 영웅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정복 사관이니 침략 사관이니 마초주의니 하면서 비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겨우겨우 막아낸 것 말고 더 넓은 세계를 개척해 나간 것을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있기는 있다. 정말 없으면 너무 허무하지 않겠는가? 그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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