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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우리 역사의 진정한 위인은 누구일까?

by 한글문화연대 2014. 8. 28.

[우리 나라 좋은 나라-47]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 역사에서 정말로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불국사? 고려 청자? 팔만대장경? 고려의 금속 활자? 이순신? 이율곡? 이퇴계? 원효? 을지문덕


이순신과 을지문덕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얘기했다. 대단한 위인이지만 약한 나라를 구한 위인이지 세계로 뻗어나간 위인은 될 수 없었다.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사정상 그랬다. 강한 나라에 둘러싸인 약한 우리에게는 국제 정치나 경제, 생활 수준 등등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자랑 삼아야 할 유산은 문화 유산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것들이 그런 문화 유산일까? 위에서 거론한 것들이다. 우리는 힘은 약했어도 최소한 문화적으로 야만족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시 아쉬운 점이 있다. 위의 것들은 우리가 독창적으로 창조한 문화 유산이라고 볼 수 없다. 모두 중국 문화를 받아와서 우리 나름대로 가공한 것들이다. 잘 가공했기 때문에 중국 본토에서도 인정받았고, 지금 우리가 세계에 내세우는 문화 유산이 되었지만, 사실 외국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들이 잘 모르는 까닭이 우리 국력이 약해서 우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데도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그것들이 우리의 독창적 창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예컨대 전기나 자동차처럼 지금 우리 삶에 밀착된 필요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려 청자가 뛰어나기는 하지만 송 나라 청자에서 배워 온 것이요, 원효가 한국 불교를 정립하였다고 하지만 세상은 원효를 모르고, 이율곡이나 이퇴계는 중국 주자학계 안에서 활동한 학자들이다.


말하자면 지금 대한민국의 예술가나 학자들이 훌륭하여 서양 미술이나 서양 학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몇몇이 존재하는 것과 같다. 더 쉽게 보자면 박찬호나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그들의 업적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 야구의 산물이다.


마찬가지로 위 분들은 독자적인 조선 학계가 아니라 중국 학계의 조선 지부 같은 데서 활약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이들을 세상에 자랑할 만한 우리 사상가들로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역사상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불교계는 더 한심하다. 그 안에서는 자기들끼리 위인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한국 불교계를 알아주는 나라는 없다. 세계 불교 사상의 발전에 한국 불교가 기여한 것은 없다고 말해도 좋다.


뭐 어쩔 수 없다. 지리적으로 군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변두리 나라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중심권 문화 안에서 박찬호나 박지성이, 아니 차범근이 많이 나와 준다면 그것으로 뿌듯하게 여겨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얘기는 이게 다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정말로 세상에 내놓을 만한 독창적인 문화 유산이 있다. 바로 한글이다.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것이, 어떻게 세종대왕은, 한 개인이 이렇게 뛰어난 글자를 만들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아니 그 전에 어떻게 그럴 생각조차 할 수 있었을까?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음소 문자일 뿐 아니라, 창제자가 분명한 유일한 글자이다. 그 이전에 존재하던 여러 문자를 본 땄다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고, 일본 사람들은 조선의 창살 모양을 보고 글자를 만들었다는 둥 하기도 하였지만, 다 부질 없는 소리들이다. 이전의 문자와 비슷한 모양들이 있다고 해도 하나도 비판 받을 일이 아니다. 한글의 글자 모양은 혀와 목젖 등 발성기관이 소리를 내는 모양을 본 따서 만든 것이다. 당시의 음운학 수준으로 볼 때 놀라운 일이다.


한글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하게 순정으로 독창적인 문화 유산이다. 500년 동안 이를 오랑캐 짓이라고 부끄럽게 여기면서 한자만 숭상한 조상들이 오히려 부끄럽다. 하긴 그 당시의 문화적 분위기로 봐서는 그런 일이 자연스럽기도 했다. 중국 문화를 배반하는 오랑캐 짓으로밖에 안 보였을테니까.


세종대왕은 다른 여러 업적들도 남겼지만 훈민정음 창제 하나만으로도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일 뿐 아니라 세상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위인이다.


휴, 다행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조상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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