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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신도 우주도 우리는 알 수 없네

by 한글문화연대 2014. 9. 5.

[우리 나라 좋은 나라-48] 김영명 공동대표

 

리처드 도킨스는 기독교를 공격하는 무신론자로 유명하다. 몇 해 전 그가 쓴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이 국내에서도 많이 팔렸다. 이 책에서 그는 신이 왜 존재하지 않는가를 논리적으로 밝히고자 했는데, 실상 책의 대부분이 기독교 교회와 광신도들이 역사상 저질러온 악행에 대한 고발로 채워져 있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가 신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로 들었던 것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과 같다. 신이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 설계한 “시계공”인데, 그러면 그 시계공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신이 모든 것을 창조하였다면 그 신은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해서 생겨났느냐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내가 만들었다.”라고 대답한다면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겠지. 실제로 정신병자 외에는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신병자가 아니니 한 번 생각해 보자. 신이 모든 것을 창조하였는데, 그 모든 것을 창조하기 전은 어떤 상태였을까?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신은 어디에서 생겨났고 어디에 존재하였을까? 무라고도 하고 태허라고도 하는데, 그 무 또는 태허라는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상상이 가는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신도 없고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는 상태. 신은 그렇다 치고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는 상태라니, 그것이 어떤 상태란 말인가? 아니 그것이 어떤 ‘상태’이기는 한가?


제 아무리 똑똑한 유신론자라도 그 상태를 마치 본 듯이 묘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혹시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있나?) 그러니 그들의 얘기는 알 듯 모를 듯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따지냐?” “신심이 부족하군!” 이런 말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해 “모른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불가지론자가 되는지 안 되는지, 불가지론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도 나는 “모른다.” 다만 인간은 나약하여 절대자에게 의지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 욕망에서 종교가 탄생하였다고 본다. 신이 실제로 있고 없고와는 별도로 말이다.


그런데 모르는 것은 신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무신론자는 신이라는 것은 없고 이 세상은 물리 법칙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위의 도킨스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무신론자인 물리학자여, 이 세상은 어떻게 하여 만들어졌는가? 이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전에는 이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저런 헛소리를 하다가 (그 헛소리들을 나는 잘 모른다), 요즘에는 어느 순간 대폭발로 우주가 한 점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폭발한 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우주가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는 말이다.

 

좋다. 그럼 그 물리학자, 아니 천문학자야, 그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바깥에는 무엇이 있니? 이 질문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우주의 바깥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아니 바깥이 없는데 팽창이니 뭐니가 있을 수 있나? 별들이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으니 우주가 팽창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 바깥이 없다니 무슨 소리인가? 머리가 터질 것 같네.


그리고 우주가 한 점에서 대폭발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 한 점이라는 것도 아무리 작아도 한 공간이고 3차원이다.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아주 작은 한 점이 있었다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정말로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폭발했다는 말인가? 만약 그 점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도대체 어디에 존재했다는 말인가? 존재할 공간이 없는데?


이런 질문들은 우리 3차원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3차원인 이상 결코 분명한 답을 가질 수 없다. 4차원 인간이 되면 이해하려나? 4차원 인간이라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유리 같은 4차원 인간은 아닐 것이다. 사유리는 이 질문에 결코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 본대로라면 결국 우리는 신에 의존하든 무신론적 우주관에 의존하든 궁극의 것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나는 모른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알려고 하는 노력은 전문 종사자들에게 맡기자. 그들의 밥벌이와 명예를 보장해 주자. 그들도 결코 알 수는 없겠지만, 모른다는 말을 이 글보다는 더 그럴 듯하게, 밥벌이할 수 있을 정도로 할 수 있겠지.


결국 유신론과 무신론은 종이 한 끗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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