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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이걸 누구 코에 붙여?

by 한글문화연대 2014. 9. 12.

[우리 나라 좋은 나라-49] 김영명 공동대표

 

한가위가 또 지났다. 아내가 전을 부쳤다. 차례 지낼 형 집에 가져갈 만큼 충분히 부쳤다. 누구 코에 붙일지는 모르겠지만 붙일 만큼 충분히 부쳤다. 부친 전을 누구 코에 붙일까? 아마 적게 부쳤으면 내가 이렇게 말했겠지.

 “에게, 이걸 누구 코에 붙여?”

왜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하면 사람 코에 붙였을까? 먹고 남는 것을 붙였을까? 먹기 전에 먼저 코에 붙이고 남는 것을 먹었을까? 뺨에 붙이면 좀 더 쉬울텐데 왜 굳이 코에다 붙이려고 하였을까?


내 아내의 전 부치는 솜씨는 뛰어나지 않다. 돌아가신 장모님 뺨을 절대 치지 못할 것이다.* 장모님 뺨 칠만큼의 전 부치는 솜씨를 내 아내는 언제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사람들은 뭘 비교하면 꼭 사람 뺨을 칠까? 우리 조상은 고래로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들이었을까?

 

코스모스라는 기록 영화 프로그램이 있다. 유명한 칼 세이건의 작품에 뒤이어 새로 만든 같은 제목의 시리즈 물도 있다. 우주의 시작과 끝이 궁금해서 좀 보려고 한다. ‘유튜브’를 이리저리 뒤적이니 미확인 비행 물체(유 에프 오)에 관한 기록물도 있다. 아직 보지는 않았는데, 그 전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하늘에서 이상한 물체를 보았다면서 사진을 찍고, 이것이 유 에프 오인지 아닌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유 에프 오 학회도 있고, 그 존재를 믿느냐 안 믿느냐로 시끌벅적하다.

 

나는 어떨까? 나는 당연히 믿는다. 나는 미확인 비행 물체의 존재를 당연히 믿는다. 그만큼 우주와 행성과 별똥에 관한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다. 내가 미확인 비행 물체의 존재를 믿는 까닭은 확인되지 않은 모든 비행 물체는 다 ‘미확인’ 비행 물체이기 때문이다.


저것이 미확인 비행 물체이냐 아니냐로 논쟁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이제 독자는 알겠지. 말 자체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야, 저기 미확인 비행 물체다.”
 “확인 비행 물체 같은데?”
 “뭐라고 확인됐니?”

어릴 적에 어머니나 할머니한테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뭐 하면 절대 안 돼!” 이런 말을 하면 “절대는 중놈 담뱃대고...” 하셨다. 기발한 착상이다. 절의 대니까 절 개의 대는 아닐테고 절 사람의 대일테니 중의 대일테고, 절에 수숫대보다는 담뱃대가... 더 어울리나? 말을 하고 보니 이상하다. 중이 담배 피우나? 모르겠다.


그 외에도 할머니,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절묘한 방언 표현들이 수두룩하였는데 나이 들면서 다 잊어먹었다. 10여 년 전에는 그게 아까워서 몇 개 적어도 보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억을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참 아까운 망실이다. 참으로 다양했던 우리 말 표현들이 표준화 되고 문명이 기계화 되면서 대거 사라지고 있다.


우리 말 표현들이 세상 어느 말도 뺨 칠만큼 다양할텐데 그것이 점차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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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본 아내의 지적이 있었다. 장모님은 전을 잘 못 부쳤다고 한다. 맏며느리라서 아랫사람들에게 지시만 하였다고 한다. 나는 원래 그렇게 쓰는 거라고 항변했다. 사실 여부와는 중놈 담뱃대로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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