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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디지털 시대, 한글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 - 박예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2. 6. 27.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박예진 기자

20180586@sungshin.ac.kr

 

 손글씨로 쓰는 편지보다 누리소통망으로 주고받는 메시지가, 종이 신문보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인터넷 기사가, 책을 읽는 것보다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찾는 게 더 편리한 요즘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사람들은 종이를 사용하는 대신 모니터로 온갖 문자 정보를 보고, 입력한다. 이제 문자는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550년 전 창제된 우리 글자 ‘한글’은 체계성과 경제성, 과학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에 가장 유리한 문자 체계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 자판과 한글
 한글은 동아시아에서 사용 중인 문자 중 알파벳과 가장 닮은 문자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 만든 입력 장치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자음 14개와 모음 10개인 한글은 알파벳 26자와 글자 개수가 비슷하여, 컴퓨터 표준으로 사용되는 쿼티 자판의 수와 대응을 이룬다. 이외의 한글 자모음은 시프트키와 함께 누르거나 자판 두 개를 연속해 눌러 정상적인 손가락 움직임 내에서 글을 입력할 수 있다. 
 키보드로 한글을 입력하는 방식은 양손을 번갈아 한 글자씩 입력하는 것이다. 한글은 자음 다음에 모음을 표기하기 때문에, 자판을 두드릴 때 왼손으로는 자음을, 오른손으로는 모음을 치며 빠른 속도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다. 이는 한글이 다른 나라의 문자 체계와는 달리 ‘초성-중성-종성’ 각각의 음소를 모아 하나의 음절을 만드는 모아쓰기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양손을 쓰며 박자감 있게 글자를 칠 수 있기에 한글은 비교적 빠르게 문장을 완성할 수 있다. 
 동양권의 다른 문자는 어떨까.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의 경우, 한자를 입력하려면 해당 문자의 영문식 표기법인 병음을 입력한 후 해당 글자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방법은 한자 병음을 모르면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같은 발음의 한자가 많을수록 원하는 글자를 빨리 찾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 글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어 발음을 영어로 입력한 후, 가나 문자 또는 한문을 선택해 입력한다. 키보드에는 일본의 ‘오십음’이 다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자판과 한글
 우리는 보통 스마트폰에서 글자를 입력할 때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을 사용한다. 비좁은 화면 위에서 자판을 두드릴 때, 한글은 더욱 빛을 발한다. 10개 내외의 자판으로 26개의 한글 자모를 모두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만 해도 26개의 자모 글씨가 모두 기본자이기에 자판을 더 줄일 수 없지만, 한글은 자판에 배치된 자모를 활용하여, 만 개가 넘는 글자를 조합할 수 있다. ‘ㆍ(아래아)’, ‘ㅡ’, ‘ㅣ’ 세 개의 모음 기본자를 활용하여 한글에 있는 모든 모음을 만들 수 있으며, 나머지 자판에는 자음을 적절히 배치해 자음과 모음을 조합할 수 있다. 한글의 효율적인 문자 체계와 디지털 기기의 입력 방식이 맞물려, 한글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문자가 되었다. 

음성인식과 한글
 한글은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곧바로 기호로 나타낼 수 있는 표음문자다. 표음문자에는 자음과 모음이 분리되지 않는 ‘음절문자’와 기호 하나가 음소 하나를 나타내는 ‘음소문자’가 있다. 일본의 ‘가나’는 음절문자에 해당하며, 알파벳은 ‘음소문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글은 기본적으로 음소 단위로 구성되지만, 표기할 때는 음절 단위이다. 예를 들어 ‘한글’이라는 단어는 ‘ㅎ/ㅏ/ㄴ/ㄱ/ㅡ/ㄹ’과 같이 각각의 자음과 모음으로 분리할 수 있으며, 표기할 때는 ‘한/글’과 같이 음절 단위로 쓴다. 음절문자이면서 음소문자인 셈이다. 
 이는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할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글자 하나하나마다 다른 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자나 몽골문자의 경우에는 같은 알파벳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a’라는 문자는 하나이지만 위치에 따라 ‘아’, ‘애’, ‘어’, ‘에이’ 등으로 발음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글은 어느 위치에 있어도 ’ㅏ‘라는 음소는 ’아‘라는 발음으로만 읽힌다. 일부 받침과 음절에 따라서는 중복되는 발음이 있지만, 다른 문자에 비해서는 극히 적은 편이다. 그 때문에 한국어 음성은 다른 언어에 비해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된다. 

 빠른 정보 처리와 언어 입력은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이다. 그 때문에, 한글은 21세기에 가장 알맞은 첨단화된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이 디지털 시대를 예견하여 글자를 고안해 낸 것은 아닐 테지만, 사람의 발음 기관과 천지인(天地人)을 근간으로 한 한글은 현대 어느 글자보다도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며, 디지털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글자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올바른 쓰임새를 교육해야 한다. 케이팝(K-Pop)과 한국 드라마,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두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한글을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어와 한글은 한국 문화의 중심이자 첫걸음이다. 문화콘텐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글 교육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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