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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12기] 케이팝, 한국어를 밟고 세계로? - 빛담 모둠

by 한글문화연대 2025. 9. 11.

케이팝, 한국어를 밟고 세계로?

 

한글문화연대 빛담 모둠 기사

12기 김민지

 

 현재, 한국은 세계 문화 호황기의 흐름에 탑승했다. 특히 한국의 대중가요 케이팝은 올해 온라인 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도 다루어질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케이팝 음악은, 가사에 많은 영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인기 아이돌 가수인 방탄소년단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블랙핑크(BLACKPINK)’의 노래 <아이스크림(Ice Cream(with Selena Gomez))>에서는 제목부터 가사까지 한국어가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았다. 과연 한국어 가사의 비율이 적은 음악도, 한국인이 발매했다는 이유만으로 케이팝이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케이팝은 한국의 대중가요 중에서도 아이돌의 노래를 칭한다. 그들의 음악은 곧 다양한 국가로 나아가, 이미 세계화되었다. 그러나 세계화를 목표로 한 케이팝 가수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예명이나 제목 및 가사에 영어나 유럽어 등을 차용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인기 여자 아이돌 아일릿(ILLIT)’의 노래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에는 ‘J’aime danser avec toi(해석: 난 너와 춤추는 걸 좋아해)’라는 불어 가사가 등장한다. 노래 제목을 한국의 속담인 빌려 온 고양이 같다에서 차용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또한 혼성 아이돌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의 노래 <위키드(WICKED)>‘Baby I’m the trillest(해석: 나는 진짜 중의 진짜야)’라는 가사와 함께 시작된다. 이후의 가사 또한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심지어 그룹명과 노래 제목까지 영어 표현을 가져왔다.

 

 앞의 두 건은 노래의 일부가 영어로 이루어진 경우였다면, 다음은 제목과 더불어 모든 가사가 영어로만 구성된 노래다. 차트 역주행으로 뉴스에도 등장했던 여자 아이돌 르세라핌(LE SSERAFIM)’의 노래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는 모든 가사가 영어다. 심지어 그룹의 일원 사쿠라‘I got a credit card and some good company’라는 가사에 대해, “‘good company’가 좋은 회사를 말하는 줄 알았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원작자마저 헷갈리는 케이팝 속 타국어 과잉 사태, 그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문화 사대주의적 태도에서 오는 서양 문화의 환상이다. 이탈리아어, 불어 등 유럽어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있어 특별하고도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접하지 못한 낯선 문화와 어릴 때부터 쌓아온 선진국이자 관광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외국어의 사용은 해외 진출을 꿈꾸는 아이돌에게 발판이 되기도 한다. 현재 대중음악의 중심은 미국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아무래도 미국으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영어 가사가 많은 노래를 발매하는 편이 유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태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어떨까? 세계적인 유명세를 바라는 가수들은 모두 가사에 영어를 사용할 것이다. 사실 이들 업계에서는 이름을 크게 떨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만큼, 점차 영어 가사가 팽배해질 수 있다는 분석 또한 그리 억지스럽진 않다. 외국어를 쓰는 것은 당장 본인이 해외에 나가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 문화가 세계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상업 가수로서 자본의 흐름이 큰 곳으로 떠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음악 감상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케이팝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한국어 가사를 많이 사용한 가수들의 노래를 더욱 많이 소비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행동이 사회에 흡수된다면, 가수들은 점점 음악 등에 한국어 가사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할 테다.

 

 이미 다른 예술계에서는 한국어를 그대로 사용한 작품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예컨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영화계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않았던 한국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명하였다. ‘넷플릭스에서 발표한 <오징어게임> 또한, 한국의 민속놀이를 극 내에 녹이며, 우리나라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데에 일조하였다. 케이팝 또한 이러한 영상 예술의 행보에 힘 입어 한국어에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감상자인 우리는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더욱 깊이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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