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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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작가의 소설 제목 속 ‘싱아’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싱아는 풀의 이름으로, 작품 속에서는 시골의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이제는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지만, 문학은 이 단어를 기록해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겼다.
문학 작품은 한 시대의 말과 정서를 담아내며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지켜온 기록이자 보관소다. 짧고 편리한 말로 대화하는 지금, 문학 속에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단어들이 당시의 풍경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는 우리말의 서정성과 토속적인 말맛이 잘 드러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라는 구절 속 ‘지줄대다’, ‘실개천’ 같은 단어는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를 읽을 때면 이 단어들이 전하는 시골 풍경과 정취가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시는 ‘이슬비’, ‘마중물’, ‘꽃잠’과 같은 순우리말의 운율과 소리를 살려 언어의 고유한 울림을 전한다. 문학은 언어가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기억과 감정을 담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초성과 짧은 표현만으로도 쉽게 대화한다. 편리해진 만큼 말과 어휘의 폭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문학 속 우리말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잊고 지냈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말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 하나를 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학이 기록해 온 우리말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문학을 읽다 보면 국어사전을 펼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작품 속에서 낯선 단어를 만나면 그 뜻이 궁금해지고,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된다. 이렇게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어휘를 익히게 되기도 한다. 학교 수업 시간에 무심코 지나쳤던 말들도 이야기와 감정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학은 그렇게 잊혀져 가는 우리말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말 속에 담긴 감정과 풍경을 되살려 준다.
문학은 학교 수업에서만 만나는 글이 아니다. 교과서에서 한 번쯤 접했던 시와 소설 속 단어들을 통해 우리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문학은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말과 마음을 다시 만나게 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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