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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12기] 기획기사 - 문화로 배우고 언어로 즐기는 한국(1) 한류, 한국 문화의 문을 열다 - 12기 새김모둠

by 한글문화연대 2025. 9. 11.

 

기획 기사-문화로 배우고 언어로 즐기는 한국 (1)

한류, 한국 문화의 문을 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새김조 강지은, 김예림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작품과 노래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넷플릭스 화면 속 자막, 거리 공연과 무대 위 노랫말, 그리고 댓글 속에서도 한국어 표현은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어는 일부만 사용하는 언어였으나, 이제는 전 세계 대중문화 속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언어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한국 영화, 그리고 비티에스와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케이팝의 세계적 흥행이 있다. 이들의 성공은 단순히 영화 한 편, 노래 한 곡의 인기를 넘어, 한국 문화 전체가 세계인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적 돌풍, <오징어 게임>

 

한국 작품의 세계적 흥행을 대표하는 사례는 단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다. 2021년 공개된 첫 번째 편은 공개 4주 만에 14,200만 가구가 시청했고, 165천만 시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이 본 작품이 되었다. 최근 공개된 세 번째 편 역시 10일 만에 1630만 회가 재생되며, 비영어권 작품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이 본 기록을 세웠다.

 

흥행은 단순히 화면 속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24,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 거리에는 <오징어 게임>의 상징인 456억 원 상금 구슬통과 이를 지키는 거대한 로봇 영희가 등장했다.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거리는 극심한 정체를 빚기도 하였다. 넷플릭스가 마련한 이 체험형 공간은 시민들이 작품 속 놀이와 분위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기획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뉴욕에서 열린 이 팝업 행사는, 공개 예정이었던 두 번째 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K-콘텐츠의 세계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넷플릭스에서 뉴욕 맨해튼에 개설한 <오징어 게임> 체험형 공감 (자료=유튜브 채널 월가월부’)

 

체험 공간은 첫 번째 편에 등장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등 다섯 가지 생존 놀이를 실제로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뉴욕 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스퀴드 게임!”을 연호하며 깜짝 이벤트에 열광했고, 한국의 전통 놀이와 문화적 정서가 담긴 장면들을 직접 체험했다. 이는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놀이가 세계인에게는 신선하고 매혹적인 경험으로 다가간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결국 <오징어 게임>의 힘은 한국의 놀이와 문화를 작품 속에 담아내어, 세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즐기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 데에 있다.

 

아이돌 가수 이야기의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

 

최근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대중문화를 새로운 이야기 틀로 확장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이돌을 단순히 노래하는 가수로 그리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는 빛나는 별, 무대 밖에서는 악령을 물리치는 전사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세계 무대에 풀어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전통 신화와 무속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끌어왔다는 점이다. 저승사자, 도깨비, 호랑이, 까치 같은 존재들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삶 속에서 상징으로 자리해 왔지만,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전 세계 대중에게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방영 직후 전통을 담은 기념품을 새롭게 내놓았다. 까치호랑이 배지, 전통 갓 모양 볼펜 같은 상품은 연이어 품절 사태를 빚었고, 지난 7월 한 달 동안 박물관 관람객 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는 작품이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한국의 무속·민속적 상징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문화적 촉매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뮷즈의 까치 호랑이 배지’ (자료=조폐공사)

 

외국인 시청자들은 단순히 어린 그룹 가수의 문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연습생 제도, 팀을 중시하는 정서와 같은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특징을 간접적으로 체험했으며, 동시에 까치·호랑이·도깨비 같은 전통 상징을 친숙한 판타지 인물처럼 받아들였다. 그 결과 케이팝은 더 이상 음악만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 문화의 이야기 세계로 자리 잡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시간에 맞춰 줄을 서고 있는 관광객들(자료=파이낸셜 뉴스)

 

한국 작품의 힘, 문화적 친근감

 

이러한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2년 한국의 방송 작품 수출액은 56,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문화 수출을 넘어, 한국이 문화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 작품의 힘은 자연스러운 한국 문화 요소를 담아내고, 그것이 외국인에게는 낯설지만 동시에 친근한 경험으로 다가가는 데 있다. 어린 시절 놀이, 아이돌 문화, 전통 의복과 건축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해외 시청자에게는 새로움과 매혹을 안겨준다.

 

<오징어 게임> 속 한국의 전통 놀이를 세계인들이 따라 하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그 증거이다. 한국 작품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었고, 한국은 문화 중심의 나라로 도약하고 있다.

 

케이팝의 세계적 위상과 영향력

 

한류 열풍의 중심에는 여전히 케이팝이 있다. 비티에스와 블랙핑크를 비롯한 케이팝 가수들은 세계 무대를 누비며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비티에스와 블랙핑크는 미국의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대규모 공연장을 연이어 매진시키며 케이팝이 세계적 문화 현상의 중심에 섰음을 입증했다.

 

무대 위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 가사는 단순히 음악을 넘어, 전 세계 팬들의 언어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팬들은 가사를 따라 부르거나 직접 뜻을 찾아보며 한국어와 정서에 가까워진다. 실제로 사랑해’, ‘오빠같은 표현은 해외 팬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어가 단순한 학습 대상이 아니라 생활 속 표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팝은 음악에서 그치지 않고 패션과 미용 분야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명품 브랜드 샤넬의 홍보대사로서 세계적 패션 행사 멧갈라무대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비티에스 지민은 디올의 홍보대사로 발탁된 이후 파리 패션위크에서 가장 높은 대중매체 가치를 올린 유명인’ 1위에 올랐다. 이처럼 케이팝 연예인들의 무대 의상과 화장법은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지며, 한국식 패션과 화장법이 새로운 문화적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케이팝은 사회적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비티에스는 국제아동기구와 함께 스스로를 사랑하자(Love Myself)’ 캠페인을 전개하며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세븐틴은 유네스코 청소년 친선대사로서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열성 팬들 또한 단순히 소비하는 집단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케이팝 포 플래닛은 음악 산업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행동과 청원 운동을 벌이며,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이끌어 냈고, 플라스틱 음반 소비 문제를 지적하는 캠페인까지 전개했다. 이는 케이팝이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행동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케이팝에서 시작된 한국어 학습 열풍

 

이 같은 흐름은 한국어 학습 열풍으로 이어졌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한국어 능력시험 응시자는 2012년 약 15만 명에서 2024493천 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팬들이 노래 가사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면서 한국어 학습에 뛰어들고, 더 나아가 유학과 취업으로까지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한국어공부’, ‘#한국어공부중같은 핵심어 표시가 포함된 게시물들이 수십만 건 이상 확산되며, 팬들이 학습 과정을 직접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참여형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와 교육기관도 이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세종학당은 200713곳에서 출발해 2025년 현재 88개국 256개 지점으로 확대되었고, 누적 학습자는 106만 명을 넘어섰다. 해외 대학의 한국학 강좌 역시 1991151곳에서 20221,408곳으로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 퍼블리셔스는 세계 한국어 학습 시장 규모가 202472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2034년까지 매년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는 케이팝 팬덤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인도 한국문화원 조사에 따르면, 케이팝을 계기로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증가하여 2024년에는 한국 유학생 수가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류는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케이팝을 통해 세계적 영향력을 확장하며, 단순한 문화상품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오징어 게임><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적 서사와 상징을 세계에 각인시켰다면, 케이팝은 음악을 매개로 패션·환경·교육까지 영역을 넓히며 세계인과 소통하고 있다.

 

결국 한류의 힘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한국 문화 요소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그것을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놀이와 신화, 언어와 노래, 그리고 사회적 참여까지 포괄하는 한류는 이제 한국을 세계적 문화 중심지로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한류는 문화적 매력과 더불어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그 영향력을 넓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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