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58]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가 단일 민족이 아니라고?
오랫동안 우리는 단군 할아버지의 자손이고 단일 민족이라 여기고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 민족이 단일 민족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가 무슨 진돗개 종자도 아니고 무슨 단일 민족이냐는 것이다. 촌스러운 단군 할아버지 얘기에 비해 그런 말이 뭔가 세련되고 멋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정말 단일 민족인가 아닌가? 이 질문을 하고 보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민족이면 단일한 민족이지 단일 민족이고 아니고가 어디 있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단일 사람인가 아닌가? 단일 사람? 그런 말이 어디 있나? 그러면 단일 사람은 우습고 단일 민족은 안 우습나? 단일 민족? 그런 말도 성립할 수 없다.
우리가 단일 민족인가 아닌가를 가지고 떠드는 사람들은 국어 공부부터 해야 한다. 단일 민족임을 내세운 사람들은 일제 지배에 맞서 민족혼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그랬다. 가상한 정신이지만 용어 사용이 잘못되었다. 이에 맞서 우리가 단일 민족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 민족의 피가 단군 할아버지 한 사람 피가 아니라는 데 근거를 둔다. 여진족, 만주족, 왜놈, 짱꼴라 다 섞였다는 것이다. 옳거니, 모두 섞였겠지.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섞여서 한민족이라는 하나의 비빔밥 민족이 탄생하였다. 지금도 이자스민, 로버트 할리 등이 섞여서 한민족의 피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한민족은 한민족이다.
조선족도 하나고 묘족도 하나고 게르만 족도 하나다. 하나의 민족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단일한, 즉 하나의 민족이지 두 개의 민족 세 개의 민족이 될 수가 없다. 한 인간이 존재하면 그것으로 당연히 단일한 인간 즉 단일 인간이 되는 것이지 복수 인간을 상정하여 그것과 대비되는 단수 인간, 단일 인간을 얘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리성 인격 장애 즉 다중인격자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역시 하나의 몸체 안에 있다는 의미에서 단일 인간인 점은 변함없다.
만약 단일 민족이라는 말이 단군 이래 이어져 온 하나의 혈통 곧 ‘단일 혈통’을 의미한다면 그렇게 불러야 한다. 그러면 한민족이 단일 혈통으로 이루어져 왔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불 테리어같은 순수 종자의 민족은 아무 데도 없다. 우리 모두가 단군의 자손이라거나 한 핏줄이라는 말은 수사로는 성립하나 과학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 전쟁 등을 통한 단편적인 피 섞임은 논외로 하고 대규모 피 섞임이 여러 차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한민족이 단일 혈통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므로 어리석다. 동시에 한민족이 단일 민족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용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어리석다.
한민족이 “단일 민족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오랫동안 이루어져 온 한민족의 종족적 섞임을 그 근거로 들지만,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 틀렸다. 하나의 민족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여러 종족이나 인종, 민족들이 섞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족 형성 과정에서 아무리 많은 혈통이 섞였더라도 일단 하나의 민족이 형성되었으면 그것은 하나의 ‘단일’한 민족이다. 민족은 오랜 기간에 걸쳐 공통의 역사를 지니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 사회‧문화적 공동체다.
중요한 사실은 한민족은 아무리 피 섞임이 많았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정치·문화적 민족으로 성립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족 구성상 한민족 하나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소수 민족 집단이 없다는 말이다. 극소수의 귀화 개인들의 존재는 그 사실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은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된 ‘단일 민족 국가’ 즉 1민족 국가이다.
우리가 1민족 국가의 우월성을 내세워 타민족에게 배타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거꾸로 마치 다민족 국가가 1민족 국가보다 우월한양 오도하는 요즘의 다문화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번 잘못된 용어가 나오니 거기 따라 온갖 쓸데없는 얘기들이 다 나온다. 또 그렇게 해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이니, 세상은 오묘하고 밥 벌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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