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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그림을 시작하고 보니(1)

by 한글문화연대 2016. 1. 12.

[우리 나라 좋은 나라-60] 김영명 공동대표


그림을 시작하고 보니(1)
 

한 3년 전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전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지만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불현듯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는 걸 좋아했다. 만화 가게도 많이 드나들었다. 초등 6학년 때 처음으로 반장을 하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방과 후에 만화 가게에 들러 만화 보고 있는 놈들(여기에는 여성 동지들도 포함된다) 이름을 적어오라고 분부하셨다. 만화 가게를 애용하는 나로서는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인생이란 이런 모순의 연속이로구나.... 그런 용어들을 그때 알았다면 그런 용어들로 생각했겠지만, 그런 용어들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좀 난처한 기분만 들었다.


하여간 만화를 좋아해서 내가 직접 공책에 만화도 지어보았는데 제목은 담배 장수, 또 엿장수였다. 본명을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가명으로 김영길이라고 썼다. 고작 생각해낸 필명이 그거였다. 물론 두세 쪽 그리다가 말았다. 미완성 원고였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미술반에 들어갈 만큼 실력도 없었고 관심도 특별히 있지 않았다. 미술 성적도 특별히 뛰어나지 않았다. 중2 때 미술 숙제로 공예품 무늬 도안을 그려오라고 미술 선생님이 시켰다. 미술 숙제를 수학 선생님이 아니라 미술 선생님이 내주는 전통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집에 있는 그릇의 무늬를 두 개 베껴 그려갔는데, 짝이란 놈이 숙제를 안 해 와서 하나 주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그놈은 20점 만점에 18점을 받고 나는 16점을 받았다. 된장~~


2001년 춘천에서 서울로 이사 오고 나는 주중에 3-4일을 춘천에서 보내야 했다. 밤에 술 마시는 일도 지겹고 칭찬 받을 만한 짓이 아닌지라 칭찬받을 만한 어떤 일이 있을까 궁리하다 그림을 배워볼까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관찰해 보았더니 죄다 대학입시 미술 아니면 어린이 교습 뿐이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본연의 업무인 ‘안 마셔야지 하면서 술 마시는 일’을 계속하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지 내가 그렇게 매일 밤 술만 마시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독자 여러분도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그런 놈이면 그렇게 쓰지도 않았겠지.


2012년 10월 어느날 와이티엔 앵커이면서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인 이광연과 대화를 하다가 배우 하정우가 그림 그리고 전시회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빡~ 하고 뭔가가 때렸다. 그래 나도 해보자. 빡 하고 뭔가 때린 데에는 이광연이 하정우 팬이라는 말도 작용했다. 이렇게 이쁜 앵커가 좋아하는 배우가 하는 일을 나도 해 보자, 뭐 이런 것이었다.


어디서 그림을 배울 것인지 정해야했다. 각종의 문화센터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거기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점거하고 있다는 사실도 짐작했다. 그래서 가기가 망설여졌다. 할 수 없이 제자 학생에게 물어보니 자기 친구가 미대 나와서 가르친다고 하여 개인 교습을 시작했다. 연필로 스케치 하고 수채화 물감 칠해보는 것을 몇 번 하였는데, 이 선생 아가씨가 미국에 미술 관계 일로 가면서 갔다 와서 연락하겠다고 하더니 함흥차사가 되어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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