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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1469

품격이 중요하다 또는 진보가 보수를 못 이기는 까닭 [우리 나라 좋은 나라-52] 김영명 공동대표 얼마 전 에서 어떤 기자가 쓴 글을 보았다. 세월호 사건이었는지 어떤 사건에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을 비판한 글이었다. 정작 중요한 주장의 내용은 그만두고 태도만 문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였다. 희생자 유가족이나 야당 의원들이 주장을 펼치는 행태가 지나치다는 보수층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더 전에는 대중적인 사회 평론가인 강준만 씨가 쓴 글도 보았다. 그 또한 비슷하게, 논쟁의 내용은 무시하고 “너 왜 반말 하냐?”는 식의 싸움이 한국 사회에 난무한다는 비판이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에는 그 내용이 중요하지 말하는 태도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런 태도 지적이 보수층의 자기 방어 수단이라는 .. 2014. 10. 16.
‘소근소근’과 ‘궁시렁거리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61] 성기지 운영위원 어린이 책에서 “별들만이 소근소근 속삭이는 밤하늘에”와 같은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또, “인부들이 한 곳에 모여 수근거리고 있다.”처럼 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모두가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러나 ‘소근소근’이라든지 ‘수근거리다’는 말은 모두 바른말이 아니다. ‘소근소근’은 ‘소곤소곤’으로 써야 하고, ‘수근거리다’도 ‘수군거리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수근덕거리다’도 마찬가지로 ‘수군덕거리다’로 써야 한다. 작은 발음 차이 때문에 틀리기 쉬운 말 가운데 하나이다. 받침소리를 잘못 내는 경우도 있다. ‘궁시렁거리다’란 말도 그러한 사례이다. 무언가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도록 자꾸 한다는 .. 2014. 10. 16.
친구에 대하여 [우리 나라 좋은 나라-51] 김영명 공동대표 어릴 적부터, 친구는 어릴 적 친구가 최고다, 불알친구가 진짜 친구다, 유식한 말로 이를 죽마고우라고 한다 등등의 말을 많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 사귀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 이해 관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도 짝으로 들었다. 그렇게 믿었다. 옳든 그르든 그런 세뇌 속에서 살았다. 학교 “동무”에서 친구로 바뀌는 세월을 살아왔는데, 정말 옛날에는 이해 관계 그런 거 모르고 친하게 사귀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에게 친구가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런지 한 번 아니 두 번 아니 여러 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친구에게 살갑게 굴고 자주 연락하고 내 것 네 것 구별하지 않는 불알친구의 성정이 좀 부족한 것도 같다. 학교 다닐 때부터.. 2014. 10. 16.
딴지를 건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60] 성기지 운영위원 ‘딴지를 건다’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신문 기고란을 읽다 보면,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는 말이 가끔 눈에 띄곤 하는데, 이 말은 사실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딴지’가 아니라,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와 같이 ‘딴죽’이라 해야 한다.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하여 딴전을 부리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은 ‘딴지’가 아니라 ‘딴죽’이라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딴지’는 없고 ‘딴지치기’가 있다. 딴지치기는 옛사람들이 즐기던 놀이문화인 돈치기의 하나라고 한다. 동전을 벽에 힘껏 부딪치게 한 후, 동전이 벽에서 더 멀리 튀어나온 사람부터 돈이 떨어진 자리에 서서, 그 돈으로 다음 자.. 2014. 10. 16.
초등학생에게 한자 교육은 부적절 초등학생에게 한자 교육은 부적절 교육부가 2018년부터 적용할 새 교육과정을 마련하면서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강화하고 심지어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한자를 함께 적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배경이 뚜렷하지 않고, 설득력 있는 연구 보고도 없다. 현재 교육부의 방침은 몇몇 교육 관료들의 일방적인 탁상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적게 되면 많은 학부모는 아이들이 한자를 알아야 수업을 쫓아갈 수 있으려니 하며 한자 교육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틈타 한자 사교육이 불붙을 게 뻔하다. 쉴 틈 없이 학원을 도는 아이들 어깨에 한자 공부라는 짐을 하나 더 얹는 셈이다. 일부에선 그동안 초등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지 않아 의미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 2014. 10. 15.
얌치 같은 계집애? [아, 그 말이 그렇구나-59]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 뉴스를 듣다 보면 염치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염치’라는 말의 뜻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사람들끼리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염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건강하게 움직인다. 한자말에서 온 이 ‘염치’는 소리가 변하여 ‘얌치’로 쓰이기도 한다. ‘염치’와 ‘얌치’는 뜻이 같은 말이므로 ‘얌치’라고 해도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참 좋은 마음을 가리킨다. ‘염치’나 ‘얌치’나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부끄러움도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얌치’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얌치 같은 계집애!”란 대사가 가끔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례.. 2014. 10. 1.
[사진]한글옷을 입었어요. 한글옷이 날개~

2014. 9. 29.

목이 두꺼운 처자? [아, 그 말이 그렇구나-58] 성기지 운영위원 보름 전쯤인가, 텔레비전 방송의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역사학자가 조선시대 때 세자빈을 간택하는 조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세자빈에 간택되기 위한 용모를 표현하면서 ‘목이 두꺼운 처자’라고 했는데, 함께 있던 출연자들도 모두 목이 두껍다는 말에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목이나 허리라든가, 팔뚝, 종아리 등을 묘사할 때에는 ‘굵다’, ‘가늘다’로 말해야 한다. “목이 두꺼운 처자”가 아니라 “목이 굵은 처자”가 맞는 표현이다. “팔뚝이 얇다”가 아니라 “팔뚝이 가늘다”이고, “종아리가 두껍다”가 아니라 “종아리가 굵다”로 말해야 옳다. 이런 말들은 사실 어렸을 때 우리말을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 익혔던 말들인데, 이렇게 자기도 .. 2014. 9. 25.
흐리멍텅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57] 성기지 운영위원 ‘흐리다’는 “날씨가 흐리다.”, “물이 흐리다.”처럼, 눈에 보이는 상태가 맑지 않다는 뜻이지만,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을 나타낼 때도 쓰이는 말이다. 이 ‘흐리다’를 바탕으로 해서 “흐리멍텅한 정치인들”이라든가, “일을 흐리멍텅하게 처리했다.”와 같이 ‘흐리멍텅하다’란 낱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들처럼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거나 ‘일의 경과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흐리멍텅하다’는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이때에는 ‘흐리멍덩하다’가 바른 표기이다. 옛날에는 ‘흐리믕등하다’로 말해 오다가, 오늘날 ‘흐리멍덩하다’로 굳어진 말이다. 표준말이 아닐 뿐이지 ‘흐리멍텅하다’가 우리말에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014.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