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68] 김영명 공동대표
세계가 좀 더 자유주의적으로 되어감에 따라 인권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점차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이 미흡한 점도 많이 있겠으나 그래도 과거에 비해 활발해진 것도 이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시야를 한 국가에 국한하지 말고 세계 전체로 돌리면, 한 나라 국민이 세계 무대에서 누릴 수 있는 인권은 해당 국가의 주권과 밀접히 관련되고 국가적 자존심 또는 자긍심과도 관련된다. 한국의 국가 주권이 약하다보니 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앞에서 본 여중생 압사 사건이나 노근리 학살 사건 또는 여러 미군 범죄 사건들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충분히 지켜주지 못하였다. 그 뿐 아니라 외국 주재 국민들과 여행객들의 권리와 안전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한국 외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런데 반미와 인권 신장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반미 운동은 한국 국민의 인권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 미국 정부에 대해 한국 국민의 인권을 신장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그 자체로서는 반미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일 때문에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와 미국 측에 요구하고 시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국민의 권리다. 이것을 반미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각성할 필요가 있다. 2002년의 촛불시위 사태는 이런 문제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미군 범죄에 대하여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마저도 한국인의 인권을 충분히 보장하거나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항의한 것이 당시의 촛불시위였다. 이러한 인권 신장의 문제는 바로 한국 국민들의 인권 신장의 문제이니 한국의 자주성과 주권 문제와 직결된다. 좀 더 자주적인 국가가 국제관계에서 자기 국민들의 인권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국가이익은 구성요소도 다양할 뿐 아니라 그 시간폭도 중요하다. 단기적인 국가 이익도 있고 장기적인 국가 이익도 있다는 말이다. 국익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개 미국 정부를 향한 한국인의 촛불시위가 한국의 국익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들이 주로 염두에 두는 것은 주로 안보와 경제에 관한 단기적 이익들이다. 그런데 안보와 경제적 이익이라고 해도 단기적인 이익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분야에 국한하더라도 장기적 이익과 단기적 이익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호의를 사서 한국에 이익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초래하고 국제사회의 세력 구도 변화에서 한국의 위치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추구할 국익의 내용에 대해서 합의하더라도 이를 ‘어떤 방식으로’ 추구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근본적으로 외세의 힘을 추종함으로써 국가이익을 추구하느냐 아니면 그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인정하거나 이용함으로써 국가이익을 추구하느냐 하는 전략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미국의 대외 정책을 항상 추종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냐, 아니면 때로는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로울 것이냐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주로 앞의 경우를 따랐지만,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만 국익을 추구할 것인지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의 국익론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국익의 일부로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이는 국가 주권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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