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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57

by 한글문화연대 2014. 1. 9.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57
2014년 1월 9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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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커피 나오셨습니다"...잘못된 높임말 '동영상 풍자'

한글문화연대가 제작해 유투브에 공개한 동영상 '커피 나오셨습니다' 편이 주목을 끌고 있다. 동영상은 사람들이 '통이 넓으신 세탁기'를 사용하고 '연회비 있으신 카드'를 쓰는 이유는 '위대하신' 상품들이 발명되면서 인류가 엄청난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비꼰다. 동영상 마지막에 커피가게 점원이 "커피가 제 시급보다 비싸니까요." 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 동영상의 부제가 왜 '사물 존대의 논리'인지를 보여주며 세태를 풍자한다.

이 영상을 연출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2000년 2월 이 단체가 설립된 뒤부터 우리말 바로쓰기운동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부터는 '잘못된 높임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400곳의 고등학교에 교육용 스티커를 만들어 보내거나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라는 책자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그러다가 '유투브 동영상 제작'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절대 교육용 자료로 보이지 않도록 하되 뒤통수를 치는 영상'을 만들려던 목적에 맞게 제작된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바르게 말하면 자신을 존대하지 않는다며 점원에게 화를 내는 사람들까지 있다"며 잘못된 사물 존대가 심각한 수준으로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우리말의 고유한 특징인 '높임말'이 사람과 사물 관계에 쓰이게 된 것은 단지 낱말 한두개 잘못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우리는 사람이 사물을 존대하는 슬픈 세상에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동시에 텔레마케팅이 활발해지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새해에도 '잘못된 존댓말 고치기' 영상을 더 제작할 계획이다. 재밌는 아이디어를 퍼뜨려 시민운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손님과 판매원이 다 같이 볼 수 있고, 서로 겸연쩍어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존대를 고칠 수 있는 작은 장치물 제작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4년여 동안 한글문화연대를 운영해오며 얻은 가장 큰 성과로 지하철에서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라는 안내방송을 '안전문이 열립니다'로 바꾼 것과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을 꼽았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쓰는 언어부터 바뀌어야 올바른 우리말 쓰기가 정착될 수 있다고 보고 공공언어 감시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글은 2013년 12월 31일 아시아 경제 사회면(박나영 기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사에 나오는 '커피나오셨습니다' 동영상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집에서 13. 할머니께서 아프십니다

존대를 할 때 용언 어간에 무턱대고 ‘-시-’만 넣을 게 아니라,‘잡수다’의 경우처럼 그 용언의 높임말이 따로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가령, ‘아프다’를 ‘아프시다’로 높여서 “할머니께서 아프십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같은 표현은 존대법에 어긋난다.

‘아프다’의 높임말은 ‘아프시다’가 아니라 ‘편찮다’이다. “할머니께서 편찮으십니다.”로 높여 말해야 한다. 다만, 특정 부위가 아플 때에는 “할아버지께서는 한쪽 다리가 아프십니다.”처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는 ▶이곳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돈! 돈! 돈!_성기지 학술위원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서민들의 공통적인 소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쓰이고 있는 종이돈 가운데 가장 큰돈이 오만 원짜리인데, ‘오만’이라는 숫자는 옛날 우리 선조들이 아주 큰 것을 가리킬 때 흔히 쓰던 말이다. 그래서 ‘매우 많은 수량’을 뜻하는 ‘오만’이라는 명사가 우리말에 따로 있을 정도이다. “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면, 사람이 할 수 있는 갖가지 생각을 다 한다는 뜻이다. 또, 수다스럽게 수없이 떠드는 소리를 ‘오만소리’라고도 한다. 이 ‘오만’을 순 우리말로 바꾸면 ‘닷골’이 된다. ‘닷’은 ‘다섯’의 준말이고, ‘골’은 ‘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골백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 ‘골’은 ‘만’이기 때문에, ‘골백번’이라고 하면 만의 백 배 곧 백만 번이란 뜻이 된다. 그리고 만의 만 배인 ‘억’은 순 우리말로 ‘잘’이라고 한다.

이렇게 큰돈과는 반대로, 아주 적은 돈을 ‘땅돈’([땅똔]으로 소리냄)이라 한다. “내 주머니에는 땅돈 한 푼 없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땡전 한 푼 없다’고 하는데, 이때의 ‘땡전’은 ‘땅돈’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에서는 몹시 작은 것을 표현할 때 ‘땅’을 붙이는 예가 더러 있는데, 키가 아주 작은 사람을 ‘땅꼬마’라 부르는 것도 그러한 사례이다. ‘땅돈’과 비슷한 말이 ‘푼돈’이다. ‘푼돈’의 반대말인 ‘목돈’은 ‘모갯돈’이라고도 하고 또는 ‘덩어리돈’이라고도 한다. ‘푼돈’은 ‘적은 액수로 나뉜 돈’을 말하기도 해서, “목돈으로 받아 푼돈으로 낸다.”와 같이 쓰기도 한다. 요즘에는 목돈을 푼돈으로 나누어서 다달이 치르는 것을 ‘월부금’이라고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우리말로 ‘달돈’([달똔]으로 소리냄)이라고 말했다. 또, 해마다 얼마씩 나누어 갚는 돈은 ‘햇돈’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햇돈’으로 갚기로 약속하고 집을 사거나 돈을 빌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돈에 관한 우리말 가운데, ‘웃돈’이나 ‘살돈’과 같은 말들도 있다. ‘웃돈’은 “본래의 값에 덧붙이는 돈”을 말하는데, ‘덧돈’과 같은 말이다.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잡고 있는 외국말 ‘프리미엄’은 ‘웃돈’이나 ‘덧돈’으로 순화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여 밑졌을 때에 본래의 밑천이 되었던 돈을 내 살과 같은 돈이라고 해서 ‘살돈’이라고 한다. “주식 투자를 해서 살돈을 축냈다.”처럼 쓴다. 돈에 관한 우리말 가운데 특히 재미있는 말이 ‘꾹돈’이다. 뇌물로 주는 돈을 “꾹 찔러주는 돈”이라는 뜻으로 ‘꾹돈’이라고 한다. 우리 토박이말들을 만나보면 그 말에 담긴 조상들의 생각과 문화를 느낄 수 있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_김영명 공동대표

우리에게는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다시 말해, 왜 우리에게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을까?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여 지도자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단체이든 셋 이상의 (다섯 이상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지도자가 필요하다. 자기 독단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뜻을 모아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자진하여 앞장서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단체가 커질수록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라 단위가 되면 정말로 중요해진다. 물론 사회 제도나 정치 제도가 잘 뿌리를 내려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지도자의 역할이 조금은 덜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중요하다. 한국처럼 아직도 정치 제도나 경제 제도가 불안정하고 견해 충돌이 많은 곳에서는 더더구나 정치 지도자의 존재가 중요하다.

요즘 한국에서는 양극화니 이념 분열이니 하여 걱정들이 많은데, 그 걱정거리의 대부분은 국민들 사이의 분열이라기보다는 조그만 분열이나 의견 대립도 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앞장서서 그것을 키우는 정치권의 미숙함에서 온다.

사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경제 정책, 사회 정책, 정치 정책에서 무슨 큰 차이를 볼 수 있는가? 지금 그들이 싸우고 있는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거의 다 아닌가? 그것이 그렇게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큰 문제인가? 정말 한심하고 치졸하여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이다.

그 한심함과 치졸함의 중심에는 고집과 단견으로 똘똘 뭉친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그녀가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젯거리였다. 그러면 민주당의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얼마나 나았을까? 글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통’의 문제에서만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대선 문제가 아니라 ‘종북’이니 북한에 대한 ‘퍼주기’니 하고 또 ‘한심하고 치졸하게’ 싸우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아도 문제의 핵심은 사회나 정치•경제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키우기만 하는 정치 지도력의 부재임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치 수준이 낮고 대통령‘들’의 함량이 미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우리에게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을까? 우선, 박정희-전두환 독재로 이어지면서 민주적인 지도력이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반독재 투쟁을 통해 김영삼-김대중이라는 지도자가 켰다. 이들 역시 자기 세력 안에서는 독재자였으나 어쨌든 한국 민주주의를 키우는 데 기여한, 크다면 큰 정치인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 우리에게는 작은 정치인들밖에 남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역시 큰 정치인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한 마디로, 2급 인간들이 정치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성과 지혜, 인품과 도덕성을 두루 갖춘 1급 사람들은 정계에 뛰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실 정치 세계가 너무 더럽기 때문이다. 치졸하고 야비한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고 치열한 선거전에서 살아남아야 정치인으로 클 수 있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1급 인간들이 많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에게는 큰 정치인이 없고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 맨 꼭대기 뿐 아니라 조금 내려와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정치인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유능한 행정가는 있을지 모르나, 지도자급으로 보이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 지도자는 경제 살리기 지도자도 아니고, 세계화 개혁 지도자도 아니고, 반공 필승 지도자도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갈라진 사회를 다시 붙이고, 정치 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남북 통일의 준비를 착실히 할 지도자다. 경제 지도자, 발전 지도자, 복지 지도자, 문화 지도자, 다 좋지만 그 이전에 더 시급한 것은 바로 ‘통합’의 지도자다. 사회를 통합하고, 정치를 통합하고, 더 나아가 위의 과제들을 통합적 안목으로 풀어나갈 넓고 깊은 지도자다.

이런 사람들이 금방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그렇게 될 환경을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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