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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흥부와 놀부

by 한글문화연대 2014. 1. 23.

[우리 나라 좋은 나라-19] 김영명 공동대표

 

한국 사람으로서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모가 아무리 한국인과 비슷하고 제 아무리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모르면 금방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탄로 날 것이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착한 흥부와 악한 놀부를 대비하여 “착하게 살자”고 강조하는 권선징악의 교훈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런 표준적인 해석에 반발하여 오히려 놀부를 추켜세우고 흥부를 깎아내리는 경향도 있다. 흥부는 무능하기만 하니 오히려 생활력이 강한 놀부를 본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놀부 보쌈’ 등등이 그렇게 승승장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말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우리의 전래 동화들은 착함과 선함을 강조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효를 중시한다. 청이가 임당수에 몸을 던지고 아버지 눈을 뜨게 하는 심청전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참 옷깃이 여미어지는 효성이다. 하지만 심 봉사가 눈을 뜨면 뭐 하나? 무남독녀 외동딸은 죽고 없고, 게다가 자기 때문에 자살하였다는데… 눈 뜬 심 봉사가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이야기다.

 

흥부는 능력도 없는 인간이 자식만 많이 낳아 굶기고 있다. 있으라는 능력은 없고 없어도 될 능력만 있는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껏 하는 짓이 형수한테 밥 구걸 갔다가 주걱으로 뺨 맞는 일이다. 참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이다. 결코 우리의 귀감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놀부를 치켜세우는 것도 우습다. 놀부는 “똥 누는 놈 주저앉히고” 온갖 심술을 다 부리며, 어려운 동생 밥 한 술도 안 주는 인색한이고 탐욕꾼이다. 그런 그가 아무리 돈 버는 재주가 뛰어나더라도 결코 존경할 수 없다. 아니 존경은커녕 세상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요새 식으로 말하자면, 온갖 편법 불법을 동원하여 돈을 벌고 돈을 지키는 사람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벌고 돈을 지키는 행위는 정당한 행위이다. 그러나 그것도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돈의 윤리도 지켜야 한다. 없는 사람의 숟가락마저 빼앗는 일은 아무리 합법이라 하더라도 해 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른 바 상도의요 이른 바 자본주의 윤리이다.

 

아쉬운 점은, 우리의 전래 동화들이 권선징악만 강조하는데 그 착한 주인공들의 행동이 세상의 발전이나 문명의 진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이 물질의 면에서 생각이 짧고 무능한 탓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선악만 강조하는 유교 윤리가 지나치게 강했기 때문일까?

 

마찬가지로, 그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놀부의 ‘능력’에만 주목하는 생각 또한 좁을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을 거스를 우려가 있다. 법과 윤리와 공동체 정신을 팽개치고 자신의 영리만 생각하는 잘못된 물질주의 사상 말이다.

 

그러니 언제나 말하듯이 좋은 것은 중간에 있는지도 모른다. 중간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있으면 언제나 “중간은 간다.” 무능한 흥부도 아닌, 탐욕스런 놀부도 아닌, 그 중간에 형제 하나가 더 없었을까? ‘놀흥’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람은 얘깃거리로는 재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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