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by 한글문화연대 2014. 1. 9.

[우리 나라 좋은 나라-17]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에게는 왜 큰 정치인이 없을까? 다시 말해, 왜 우리에게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을까?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여 지도자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단체이든 셋 이상의 (다섯 이상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지도자가 필요하다. 자기 독단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뜻을 모아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자진하여 앞장서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단체가 커질수록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라 단위가 되면 정말로 중요해진다. 물론 사회 제도나 정치 제도가 잘 뿌리를 내려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지도자의 역할이 조금은 덜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중요하다. 한국처럼 아직도 정치 제도나 경제 제도가 불안정하고 견해 충돌이 많은 곳에서는 더더구나 정치 지도자의 존재가 중요하다.

 

요즘 한국에서는 양극화니 이념 분열이니 하여 걱정들이 많은데, 그 걱정거리의 대부분은 국민들 사이의 분열이라기보다는 조그만 분열이나 의견 대립도 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앞장서서 그것을 키우는 정치권의 미숙함에서 온다.


사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경제 정책, 사회 정책, 정치 정책에서 무슨 큰 차이를 볼 수 있는가? 지금 그들이 싸우고 있는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거의 다 아닌가? 그것이 그렇게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큰 문제인가? 정말 한심하고 치졸하여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이다.

 

그 한심함과 치졸함의 중심에는 고집과 단견으로 똘똘 뭉친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그녀가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젯거리였다. 그러면 민주당의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얼마나 나았을까? 글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통’의 문제에서만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대선 문제가 아니라 ‘종북’이니 북한에 대한 ‘퍼주기’니 하고 또 ‘한심하고 치졸하게’ 싸우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아도 문제의 핵심은 사회나 정치•경제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키우기만 하는 정치 지도력의 부재임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치 수준이 낮고 대통령‘들’의 함량이 미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우리에게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을까? 우선, 박정희-전두환 독재로 이어지면서 민주적인 지도력이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반독재 투쟁을 통해 김영삼-김대중이라는 지도자가 켰다. 이들 역시 자기 세력 안에서는 독재자였으나 어쨌든 한국 민주주의를 키우는 데 기여한, 크다면 큰 정치인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 우리에게는 작은 정치인들밖에 남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역시 큰 정치인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한 마디로, 2급 인간들이 정치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성과 지혜, 인품과 도덕성을 두루 갖춘 1급 사람들은 정계에 뛰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실 정치 세계가 너무 더럽기 때문이다. 치졸하고 야비한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고 치열한 선거전에서 살아남아야 정치인으로 클 수 있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1급 인간들이 많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에게는 큰 정치인이 없고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 맨 꼭대기 뿐 아니라 조금 내려와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정치인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유능한 행정가는 있을지 모르나, 지도자급으로 보이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 지도자는 경제 살리기 지도자도 아니고, 세계화 개혁 지도자도 아니고, 반공 필승 지도자도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갈라진 사회를 다시 붙이고, 정치 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남북 통일의 준비를 착실히 할 지도자다. 경제 지도자, 발전 지도자, 복지 지도자, 문화 지도자, 다 좋지만 그 이전에 더 시급한 것은 바로 ‘통합’의 지도자다. 사회를 통합하고, 정치를 통합하고, 더 나아가 위의 과제들을 통합적 안목으로 풀어나갈 넓고 깊은 지도자다.

 

이런 사람들이 금방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그렇게 될 환경을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사랑방 > 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흥부와 놀부  (0) 2014.01.23
봄날은 간다  (0) 2014.01.16
새해의 다짐?  (0) 2014.01.02
외할머니  (0) 2013.12.26
남자와 여자  (1) 2013.12.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