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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자동차운전면허 따려다가 국어사전을 펼쳤다-하성민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9. 2. 25.

자동차운전면허 따려다가 국어사전을 펼쳤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하성민 기자
anna8969@naver.com

 

현대인에게 자동차는 매우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자동차운전면허는 1종인지, 2종인지 그리고 대형 과특수, 보통, 소형인지 등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주로 1,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하는데, 만 18세 이상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따라서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나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이 시기에 운전면허를 많이 취득하려고 한다.

 

자동차운전면허를 따려면 학과 시험과 기능 시험, 도로주행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그런데 객관식 문제로 구성된 학과 시험을 준비하던 도중 낯선 한자어와 외국어들이 자꾸 눈에 띄었다.
 
’공주거리‘가 뭐예요? ’왕자거리‘는 없나요?
이번에는 운전면허를 기필코 딸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고서 자동차운전면허 발급의 첫 단계에 속하는 필기시험을 대비해 문제집을 샀다. 그러나 몇 문제를 풀고는 금세 지쳤는데 그 이유는 낯선 어휘가 많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브레이크가 작동하기까지 자동차가 움직인 거리를 뜻하는 공주거리, 차가 회전할 때 일어나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회전 각 차이를 뜻하는 내륜차와 외륜차와 같은 생소한 한자어 때문에 문제를 풀기도 전에 단어의 뜻부터 찾아야 했다. 이외에도 베이퍼 록(vapor lock)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하면 브레이크 오일에 기포가 발생해 브레이크가 제대로 듣지 않는 현상), 페이드(fade)현상 (고속주행, 긴 내리막길, 뜨거운 노면 주행 중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하면 과열 때문에 브레이크 패드나 라이닝이 딱딱해져 밀리는 것), 하이드로플레이닝(hydroplaning) (물에 젖은 노면 위를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 노면과 접촉하지 않아 뜨는 현상) 등의 외국어도 많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이 지닌 힘.
한글문화연대는 한국어 사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쉬운 말 쓰기 운동을 한다. 지하철의 ‘스크린 도어’를 ‘(승강장) 안전문’으로 바꾸었고 ‘제세동기’라는 어려운 말을 ‘심장충격기’라고 바꾸자고 제안했다. 2018년 11월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체담실’, ‘포충등’, ‘피크타임’ 등을 ‘가래 받는 곳’ ‘벌레잡이 등’ ‘혼잡시간’의 쉬운 우리말로 바꿀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헌법이나 안전 용어는 모두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누구나 살아가며 마주하는 부분이기에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글문화연대가 공공언어 개선을 위해 쉬운 말 사용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이유이다.

 

교통 용어 역시 좀 더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 스쿨존(school zone)은 어린이 보호구역, 실버존(silver zone)을 노인 보호구역으로 하여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알 수 있는 말로 바꾸는 것과 같이 말이다. 기자가 도로주행 연습을 하며 표지판에 대해 운전면허 강사와 대화를 나누어 보니 오랜 운전 경력이 있고 운전을 가르치는 전문성을 지닌 강사들조차도 60-70대의 장년층이 많아 스쿨존 같은 외국어를 잘 알지 못했다. 직접 운전을 해본 적 없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톨게이트’ ‘IC’ 등의 단어들 역시 정확히 의미하는 바를 알기 어렵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연결하는 도로라는 뜻으로 영어 ‘interchange’의 약자인 IC(나들목), 요금소라는 의미의 톨게이트(tollgate)도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하지 말고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는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어려운 말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라는 말과 함께 “귀신보다 무섭고 조심할 것이 자동차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자동차는 먼 거리를 쉽고 편하게 갈 수 있게 하는 위대한 발명품이지만 동시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기에 자동차를 운전할 때나 보행할 때 항상 조심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누구든 쉽게 대처하려면 사용하는 말부터 쉬워야 하는 건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사항이 아닐까? 시민 안전을 위해 교통 관련 용어와 표지판 등에 사용하는 말은 당장 쉬운 말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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