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죄받다

by 한글문화연대 2019. 5. 2.

[아, 그 말이 그렇구나-284]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에게 익숙한 낱말 가운데 본디 뜻과 정반대로 쓰이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죄받다’는 말도 그 가운데 하나다. “동물을 학대하면 죄받아.”처럼, 흔히 ‘죄받아’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잘 알고 있듯이, 죄와 벌 이 두 낱말은 서로 반대말로서 죄를 지으면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물을 학대하면 벌 받아.”와 같이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벌을 받다’는 뜻으로 ‘죄받다’가 쓰이고 있는 것이다. ‘죄를 짓다’, ‘벌을 받다’는 분명히 구별해서 써야 할 말들이지만, “죄에 대하여 벌을 받다.”는 뜻으로 ‘죄받다’가 쓰인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렇게 본디 뜻이 반대로 옮겨간 낱말 가운데에는 ‘에누리’라는 말도 있다. ‘에누리’는 본래 우리 선조들이 ‘값을 더 얹어서 부르는 일’을 나타내는 말로 써 왔는데, 지금은 반대 의미인 ‘값을 깎는 일’을 나타내는 말로 변하여 굳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에누리없다’라는 말은 ‘보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가령, “내 말은 에누리없는 참말이다.”고 하면, ‘내 말은 보태지 않고 실제와 틀림이 없다’는 뜻이 된다.


‘없다’가 붙어서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는 말 가운데 ‘외상’이란 말이 있다. ‘외상’은 값을 나중에 치르기로 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말과는 전혀 다르게, 우리말에는 ‘외상없다’라는 형용사가 있다. “조금도 틀림이 없거나 어김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가령, “그 사람은 참 성실해서 무슨 일이든지 외상없이 해놓곤 한다.”라고 쓸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살려 쓰면 좋은 순 우리말이다.

'사랑방 > 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유갑  (0) 2019.05.15
멍텅구리  (0) 2019.05.08
퇴임식 인사말  (0) 2019.04.24
껍질과 껍데기  (1) 2019.04.17
바스스하다, 아스스하다  (0) 2019.04.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