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86] 성기지 운영위원

 

어린이가 있는 집은 대개 현관문에 우유 주머니가 매달려 있다. 여기에 우유 배달원이 새벽마다 우유를 넣고 가는데, 이 우유를 담은 종이 상자를 ‘우유곽’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표준말은 ‘우유곽’이 아니라 ‘우유갑’이다. ‘우유갑’으로 적고 [우유깝]으로 발음한다. 사전에 보면 ‘갑’은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를 말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갑’과 많이 혼동하고 있는 ‘곽’은 ‘성냥’을 가리키는 제주 사투리로 남아 있는 말이다. 발음을 올바르게 하지 않아서 본래의 낱말이 잘못 쓰이고 있거나 뜻이 전혀 달라지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상자를 나타내는 말에 ‘곽’이 붙어 쓰이는 우리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벌통에서 떠낸 꿀을 모아 담는, 통나무로 만든 큰 통을 ‘꿀곽’이라 하고, 우리가 ‘반짇고리’라 하는 것을 북한에서는 ‘바느질곽’이라고 한다. 북한어에선 ‘갑’보다는 ‘곽’이 주로 많이 쓰이는데, 도시락을 ‘밥곽’, 필통을 ‘연필곽’ 하는 식으로 부르고 있다.


아기가 자라서 어린이가 되면 작은 갑으로는 우유가 모자라게 되어 1리터짜리 큰 우유갑으로 바꾸게 된다. 이때 ‘모자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모자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표준말은 ‘모자라다’이다. 또, “우유가 모자라다고 불평하는 아이”라고 흔히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말은 어법에 맞지 않다. 이때는 ‘모자라다고 불평하는’이 아니라, ‘모자란다고 불평하는’으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말을 할 때에 발음과 어법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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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