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85]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에는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리는 투로 말할 때 ‘멍청이’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멍청이를 달리 ‘멍텅구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멍텅구리는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그릇의 한 가지인데, 그 모양이 목 부분이 좀 두툼하게 올라와서 못생겨 보이는 되들잇병이다. 되들잇병이란 물이나 곡식 한 되 분량을 담을 수 있는 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병 목은 몸통보다 가늘고 날렵한 법인데, 이 병은 목 부분이 두툼하게 되어 있어 둔해 보인다. 그래서 사람도 이처럼 둔해 보이면 멍텅구리라고 불렀던 것이다.

 

멍텅구리의 둔해 보이는 생김새 때문에 멍청이를 멍텅구리라고 불렀던 면도 있지만, 어리석은 사람을 멍텅구리라고 부르게 된 까닭은 또 있다. ‘멍텅구리’는 뚝지라는 바닷물고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뚝지는 배에 빨판이 있어 바위에 잘 붙어 있는 물고기인데, 우리나라 전역에서 부르던 옛 명칭은 멍텅구리이다. 이 물고기는 못생긴 데다가 굼뜨고 동작이 느려서 아무리 위급한 때라도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할 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판단력이 약하고 시비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을 이 물고기에 빗대어 ‘멍텅구리’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정신이 맑지 못하고 옳고 그름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흐리멍덩하다’고 표현한다. 이 말을 많은 사람들이 ‘흐리멍텅하다’로 잘못 알고 있는데, 이는 멍청이라는 뜻의 ‘멍텅구리’를 연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흐리멍덩한 사람을 멍텅구리처럼 생각하니, ‘흐리멍덩’이 ‘흐리멍텅’으로 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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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