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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블루투스 이어폰 설명서, 이해하는 데 문제없나요? - 이강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9. 5. 9.

블루투스 이어폰 설명서, 이해하는 데 문제없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강진 기자

rkdwls1348@naver.com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다. 길거리에서도 여러가지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람들 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란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컴퓨터, 노트북에 연결하여 음악 감상, 통화 등을 할 수 있는 무선 이어폰을 뜻한다. 기존 유선 이어폰의 잦은 선 꼬임 현상이나,  제한적인 사용 범위로 불편함을 겪었던  사용자들에게 격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누리소통망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한 뒤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간증’이 넘쳐난다.

▲ 애플사의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2’ (사진=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무늬만 한글, 읽어도 이해할 수 없어
좋은 후기에 이끌려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면 꼼꼼한 사전 조사는 필수다. 하지만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S사 커널형 이어폰은 번들에 세 가지 사이즈의 이어팁과 윙팁이 포함돼 있어 와이어리스 이어폰을 탈락 없이 안정감 있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탭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폰을 직접 터치하지 않고도 음악재생과 볼륨조절이 가능합니다. 그에 반해 A사의 이어폰은 오픈형이기 때문에 가볍게 착용하실 수 있고,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추가돼 오픈형의 단점을 보완하였습니다….”

 

분명 한글로 적혀있긴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인터넷 어학사전을 통해 이 용어를 알아보았다. 우선 커널형, 오픈형이라는 말은 이어폰의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커널(Canal)’은 관 또는 수로를 뜻하는데, 바깥귀의 길을 뜻한다. 커널형이란 귀에 닿은 이어폰의 끝부분을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로 씌워서 귓구멍에 딱 맞게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이다. 오픈형은 커널형에 대응되는 형태로, 귓구멍에 살짝 걸쳐두는 모양이다. 소음 차단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커널형 이어폰의 답답함이나 이물감을 싫어하는 사용자가 선호한다. ‘탭 시스템’은 이어폰을 가볍게 두드려 재생, 일시정지, 볼륨 조절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이고, ‘패시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란 2개의 마이크의 시간 차이를 이용해 소음을 없애는 방식을 뜻한다. 이처럼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하려면 여러 번 그 뜻을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무척 크다. 무늬만 한글이고 그 속은 외국어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외국어 범벅 용어, 우리말 순화 필요해 

이어폰은 우리말로 바꿀 수 없는 외래어다. 이어폰처럼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 외래어는 사용해도 되지만, 우리말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외국어는 바꿔야 한다.

 현재 사용하는 용어

 순화어

 커널형

 귓속형

 오픈형

 걸침형

 탭시스템

 톡톡기능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시간차 소음 차단 기능

 이어팁

 고무덮개

 

외국어 낱말의 뜻을 우리말로 바꿔보면 이해하기 쉬운 순화어가 된다. 커널형은 ‘귓속형’, 오픈형은 ‘걸침형’, 탭 시스템은 ‘tap’이라는 단어의 뜻이 ‘톡톡 두드리다’는 것에 착안하여 ‘톡톡기능’,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은 ‘시간차 소음 차단 기능’ 그리고 이어팁은 ‘고무 덮개’ 등으로 바꿔볼 수 있지는 않을까?

 

기존의 단어보다 우리말로 바꾼 단어의 음절이 많아져 언어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건의 이름으로 바로 알 수 없어 검색해야 하는 시간을 따져 본다면, 무엇이 더 경제적인지 알 수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 제조사들은 외국어 남용에 대해서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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