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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64

by 한글문화연대 2014. 3. 20.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64
2014년 3월 20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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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림]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 토론회(3/27)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부름말 18. 00엄마, XX씨

부모에게 아내를 가리켜 말할 때에는, 아이가 있으면 아이 이름을 앞에 두어 누구 ‘어미’나 ‘어멈’이라 하고, 아이가 없으면 ‘이 사람, 그 사람, 저 사람’으로 부르면 된다. 부모 앞에서는 아내를 낮추어야 하므로 누구 ‘엄마’라 하지 않으며, ‘집사람, 안사람, 처’라는 가리킴말도 예의에 어긋난다.그러나 장인, 장모 앞에서라든지, 잘 모르는 남에게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내는 시부모 앞에서 남편을 가리킬 때 ‘OO씨’라고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 아이가 있으면 ‘아비’나 ‘아범’으로, 아이가 없으면 ‘이이’나 ‘그이’, ‘저이’로 부르면 된다.

     
*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는
▶이곳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고달픈 삶_성기지 학술위원

우리말에서 <마음에 느끼는 것>은 대개 ‘-프다’가 붙어서 쓰이고 있다. ‘아프다’가 그렇고, ‘배고프다, 슬프다, 구슬프다, 서글프다’ 들이 모두 그렇다. 예를 들어, 움푹 팬 곳이나 깊은 구멍을 우리말로 ‘골’이라고 하는데, 이 ‘골’에 ‘-프다’가 붙어 만들어진 ‘골프다’가 오늘날 ‘고프다’로 되었고, 이 ‘고프다’는 배가 비어 있는 것을 느낀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또, ‘가늘다’라고 하면 물체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가냘프다’고 하면 “가늘고 얇게 느껴진다.”는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 된다. 그래서 ‘가냘픈 여인의 몸매’라고 하면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인 느낌을 나타내는 측면이 강한 말이 되는 것이다.

‘고단하다’와 ‘고달프다’ 또한 같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낱말들이다. 흔히 몸이 지치고 힘이 없는 상태를 ‘고단하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몸에 관한 말인데, 이렇게 고단해서 마음이 아프면 이를 ‘고달프다’고 말한다. “몸은 고단하지만 돈이 많이 벌리니 즐겁다.”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몸은 고달프지만 돈이 많이 벌리니 즐겁다.” 하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몸과 마음이 다 힘들고 지치고 아픈 것이 고달픈 것이므로, ‘고달프지만 즐겁다’는 말은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고단하다’는 몸의 상태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이고, ‘고달프다’는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추상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고단한 삶’이라 하면 노동으로 몸이 지치고 힘든 삶이라고 볼 수 있고, ‘고달픈 삶’이라 하면 몸과 마음이 다 힘들고 지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봄날은 온다_김영명 공동대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 언제나처럼 그냥 오지는 않는다. 올까말까 망설이다가 온다. 얼음도 다시 얼었다가 시베리아 찬바람이 다시 불었다가 길거리 어묵의 뜨거운 김이 그립다가, 그러다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꽃이 피고 훈풍이 분다.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따뜻한 햇살이 마음을 녹이면 정말 봄이 온 것이다.

마음은 풀리고 정신은 나른해진다. 몸도 노곤해진다. 행복한 노곤함이다. 봄은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고 우리 몸을 들썩이게 한다.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어딘가 나가고 싶어진다.

봄은 한 해에 한 번씩 온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힘들어도 조금만 기다리면 따뜻한 봄이 온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에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어느덧 봄이 온다.

우리 삶에도 봄은 오게 되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기다려라. 봄은 온다. 겨울이 흘러가게 놓아두자. 그러면 봄은 어느덧 눈앞에 와 있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상황을 되돌리려고 하면 힘만 빠지고 해결할 능력만 더 없어질 뿐이다.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봄을 기다리는 지혜다.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기 위하여 애쓰기보다는 그것을 내려놓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이다. 그리고 더 행복해지는 길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 그만큼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간절히 원해도 결코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우리 인생에서 그런 일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니 격언이니 잠언이니 하는 말들을 다 믿으면 안 된다. 그저 도움이 되는 조언으로 삼을 뿐이다.

이룰 수 없는 것을 간절히 원하면 우리 삶이 더 불행해진다.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 그저 놓아두어라. 흘러가게 내버려두어라. 그러면 어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대가 이룬다기보다는 그것이 그대를 선택하여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 삶에는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 수없이 많다. 우리가 태어난 것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죽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태어났으니 어떻게 살 것인가, 죽을 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죽을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런 봄날은 우리가 만들 수 있다. 봄날이 될지 엄동설한이 될지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언제나 봄날은 온다. 지금의 어려움을 참아내고 기다리면 언젠가 봄날은 온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 우리에게 봄날이 결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오더라도 언젠가는 가고 만다. 봄날은 온다. 그리고 봄날은 간다.

오는 봄날에 흥분하지 말고 가는 봄날을 슬퍼하지 말자. 봄날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는 않으나 그렇게 많지는 않다. 봄날을 애타게 기다리다 말라죽지 말고 봄날이 간다고 서러운 눈물에 빠져죽지도 말자. 따뜻하고 잔잔한 마음으로 오는 봄날은 맞이하고 가는 봄날을 배웅하자. 참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올해에도
  봄날은 온다.
  그리고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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