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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65

by 한글문화연대 2014. 3. 27.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65
2014년 3월 27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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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부름말 19. 제수씨

집들이나 갖가지 모임으로 친구의 아내를 만나게 되면 으레‘제수씨’라고 부르는 것이 관습처럼 되어 버렸다. ‘제수’는 남자 형제 사이에서 동생의 아내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에 친구의 아내를 이렇게 부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친구의 아내를 부를 때에는 일반적으로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이다. 반면 친구의 남편은, 친밀할 경우에는 “OOO 씨”처럼 이름을 부르거나, 아이 이름을 넣어 “OO 아버지”라고 하면 된다.

친구의 남편은, 친밀할 경우에는 “OOO 씨”처럼 이름을 부르거나 아이 이름을 넣어 “OO 아버지”라고 하면 된다. 또 직장의 직함에 따라 “O 과장님”, “O 선생님” 등을 상황에 따라 알맞게 가려 쓸 수 있다. 남편의 친구도 이와 같이 한다. 아내의 친구 역시 친밀도에 따라 “OOO 씨”라 하거나, “OO 어머니”라고 하면 된다. ‘아주머니’라는 부름말이 가장 무난하다.

     
*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는
▶이곳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뜨게부부와 새들꾼_성기지 학술위원

봄이 되니 혼인을 알리는 청첩장이 부쩍 늘었다. 일가친지와 벗들 앞에서 가장 아름답게 혼인 예식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 청첩장마다 들어 있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혼례를 치르지 않고 그대로 동거해 버리는 남녀도 있다. 요즘에는 ‘혼전동거’라 하고 ‘동거남’이니 ‘동거녀’니 말하지만, 예전에는 이러한 남녀를 ‘뜨게부부’라 하였다. ‘뜨게’는 ‘본을 뜨다’와 마찬가지로 흉내 낸다는 뜻이므로, ‘뜨게부부’는 정식 부부가 아니라 남녀가 부부 행세를 할 때에 부르던 말이었다. 따라서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도 ‘뜨게부부’라 부를 수 있다.

남녀를 서로 맺어주는 일을 ‘중신하다’, ‘중매하다’고 말하는데, 이때에 쓰는 토박이말이 ‘새들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중매하는 사람 곧 ‘중매쟁이’를 ‘새들꾼’이라 하였다. 그러니까 요즘 말하는 커플 매니저는 우리말로 ‘새들꾼’이라 부를 수 있다.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의 토박이말은 ‘가시버시’이다. 예전에는 장인, 장모를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라 불렀다. 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 남자를 ‘홀아비’라 하고, 마찬가지로 남편을 잃은 여자를 ‘홀어미’라 한다. 배우자가 있는 남녀에 대해서는 유독 한자말로 ‘유부남’, ‘유부녀’라 부르고 있는데, 이 말들에 대한 순우리말은 ‘핫아비’, ‘핫어미’이다. ‘핫아비, 핫어미’는 지금도 북한에서는 쓰이고 있는 우리말이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엄마와 바나나_김영명 공동대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는 먹을 것을 많이 찾으신다. 이것저것 드리지만 만만한 것이 바나나라서 바나나를 자주 드린다. 우리는 바나나 껍질을 반만 까고 먹지만,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거추장스러울까봐 껍질을 다 까고 알맹이만 드린다. 반 잘라 드릴 때도 있고 다 드릴 때도 있다. 어머니는 그것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조금씩 잘라 드신다. 이 없는 입으로 오물오물 잘 드신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손이 끈적끈적해지지 않을까 궁금했다. 한 동안 궁금해 하기만 하다가 어느 날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나도 바나나 껍질을 다 까고 알맹이만 들고 먹어보았다. 생각보다는 끈적한 것이 많이 묻지 않아 괜찮았다.

바나나 하면 많은 것이 생각난다. 우리 어릴 적에는 바나나가 무척 귀하고 비쌌다. 중학교 2학 때인가 엄마가 아버지에게 우리는 어째 나들이도 한 번 안 가냐고 잔소리를 하여, 아버지가 큰 맘 먹고 엄마, 나, 여동생을 데리고 동래 금강원에 소풍을 갔다. 도시락을 싸 들고 가서 산기슭 풀밭에서 먹고 온 게 다였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리니 가게에서 바나나를 팔고 있었다. 엄마의 압력이 있었던지 아버지는 바나나를 사셨다. 단 한 알을. 어머니를 “어쩌면  하나밖에 안 사나?” 하고 투덜거리셨다. 그 바나나를 누가 먹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유학 온 나는 가을까지 학교 근처 가회동에서 하숙을 했다. 처음에는 대학생 형 하고 살았는데, 가을에 아버지가 올라오셔서 한 동안 같은 방에 기거했다. 요즘 가보니 그때 그 집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이 해 박는 집” 치과 바로 옆집이다. 근데 그런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그때 하숙집에서 어느 날 바나나를 하나 주었다. 그때 그 황금 맛을 잊을 수 없다. (사실은 다 잊었다. 그냥 표현일 뿐이다.)

요사이는 바나나가 무척 흔하고 값싸졌지만 예전에는 정말 귀했다. 그리고 맛있었다. 오죽하면 이런 놀이 노래가 있으랴. “... 맛있는 것은 바나나 바나나는 길다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빠르다 빠른 것은 비행기...” 귀한 것의 대명사 바나나여, 오늘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고?

결혼을 하고 서울 월계동에서 살 때이다. 그때도 여전히 바나나는 비쌌다. 지금 크기의 2/3 정도밖에 안 되는 바나나 한 알이 당시 돈으로 천 원이었다. 참고로 당시 짜장면(요새는 자장면이지만 그때는 짜장면이었다) 한 그릇 값이 월계동에서 구백 원이었다. 지금 잠실에서 자장면 값이 사천 오백 원이니, 그렇게 환산하면 지금 조그만 바나나 한 알이 오천 원이라는 얘기 아닌가? 놀라울 뿐이다.

아내 말이, 그때 월계동에서 내가 아버지 아들답게 바나나 한 알밖에 안 사왔다고 한다. 아이가 있었을 땐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내 한 몸 희생하여 아내 먹이려고 했겠지(??) 그러면서 어찌 그리 아버님하고 똑같냐고 한다. 근데 난 한 개를 샀는지 두 개를 샀는지 기억에 없다. 단지 한 다발을 사는 미친 짓을 내가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 아들이 아버지를 닮아야지. 바나나 한 알에 얽힌 추억이 여러 가지로구나. 어머니는 바나나를 만지작거리다 돌아가시겠지. 나는 그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바나나를 먹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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