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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골탕 먹다

by 한글문화연대 2019. 6. 5.

[아, 그 말이 그렇구나-289] 성기지 운영위원

 

‘골탕 먹다’란 말이 있다. 이 숙어는 “크게 곤란을 당하거나 손해를 입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누구나 쉽게 쓰는 말이지만, 어디에서 온 말인지 깊게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원사전을 뒤적이니 ‘골탕’이란 음식 이름에서 왔다고 한다. 원래 소의 머릿골과 등골을 맑은 장국에 넣어 끓여 익힌 맛있는 국물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그래서 골탕을 먹는 것은 맛있는 고기 국물을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골탕 먹이다’가 곯려 주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을까? ‘남을 곯려주다’라고 할 때의 ‘곯다’라는 말이 ‘골탕’과 소리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에 음식 이름과는 전혀 다른 ‘골탕’이란 말이 새로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또 ‘먹다’라는 말이 ‘엿먹다’에서 보듯이 ‘당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골탕 먹다’가 본래의 뜻과는 다른 숙어로 널리 퍼져 나가지 않았을까? 그래서 ‘골탕 먹다’가 “남에게 곯려먹음을 당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들통 나다’는 말도 있다. “숨기거나 감춘 것이 드러나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들통’은 양쪽에 손잡이가 달려서 들 수 있게 만든 통을 가리킨다. 이 들통을 들어내면 그 자리에 있던 것이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들통 나다’는 말이 “남몰래 감추어 놓았던 일이 발각난다”는 뜻을 가진 숙어로 만들어져 쓰이게 된 것이라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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