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91] 성기지 운영위원

 

암과 수가 붙어 새 말이 만들어질 때에, 우리말의 속살이 드러나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암컷’, ‘수컷’이라고 하는 말은 사실은 ‘암’과 ‘것’, ‘수’와 ‘것’이 각각 합쳐진 낱말이다. 그런데, ‘것’이라는 말이 암수 뒤에서 ‘컷’으로 변했다. ‘암+개→암캐’, ‘암+돼지→암퇘지’, ‘수+닭→수탉’ 들이 모두 그러한 경우이다.


옛말에서 ‘암’과 ‘수’는 각각 ‘암ㅎ’과 ‘수ㅎ’였다. 끝에 ‘ㅎ’ 소리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각각 ‘암’과 ‘수’로만 쓰이게 되었다. 곧 ‘ㅎ’ 소리가 밖으로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암’과 ‘수’는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속으로는 여전히 ‘ㅎ’ 소리를 품고 있다. 이 소리가 “개, 강아지, 돼지, 닭, 병아리” 따위와 합쳐지면서 비로소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수캐, 암캉아지, 수퇘지, 암탉, 수평아리, 암평아리’가 된다.


이런 현상은 ‘암, 수’ 뒤에 각각 ㄱ이나 ㄷ, ㅂ으로 시작되는 낱말이 올 때에 일어나는데, ‘암’과 ‘수’에 감추어져 있던 소릿값인 ‘ㅎ’가 ‘ㄱ, ㄷ, ㅂ’와 섞여서 각각 ‘ㅋ, ㅌ, ㅍ’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규칙은 아니다. ‘ㄱ, ㄷ, ㅂ’로 시작하는 말이라도 ‘개미’는 ‘암캐미, 수캐미’가 아니라 ‘암개미’, ‘수개미’가 맞고, ‘벌’은 ‘암펄, 수펄’이 아니라 ‘암벌, 수벌’이 바른 말이다. 그리고 흔히 ‘숫놈’이라고 하는데, 표준말은 ‘수놈’이고, 소나 말도 ‘숫소, 숫말’이 아니라 ‘수소’, ‘수말’을 표준으로 정해 놓았다. 암과 수가 붙는 말은 좀 까다로우니 유의해서 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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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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