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90]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 ‘주취 폭력’을 줄여서 ‘주폭’이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주폭까진 아니라도 주정을 부리는 자체가 주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술에 취해서 정신없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주정’이다. 이미 ‘술 주’ 자가 들어가 있으므로 ‘술주정’이라 말할 필요가 없다. 맛있고 영양 많은 음식을 소개하면서 ‘몸보신’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몸을 보충하는 것은 ‘보신’이라고만 하면 된다. 국어사전에는 ‘술주정’과 ‘몸보신’ 들을 올림말로 싣긴 했지만, 낱말 뜻은 각각 ‘주정’과 ‘보신’ 쪽에 풀이해 놓고 있다.


비슷한 사례 가운데, 돌로 만든 비는 ‘비석’이라 하면 된다. 이것을 굳이 ‘돌비석’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나무를 깎아 세운 비는 ‘비목’인데, 이것을 ‘나무비목’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지붕 위를 한자말로 ‘옥상’이라고 하는데, “옥상 위의 고양이”라는 말처럼 ‘옥상’에 다시 ‘위’를 겹쳐 쓰는 사례가 많다. ‘지붕 위의 고양이’라고 하거나 ‘옥상의 고양이’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하지만 의미 분화가 일어난 몇몇 낱말들은 둘 다 독립된 낱말로 인정하고 있다. 가령, 갓 결혼한 남자는 ‘신랑’이라고만 하면 되었는데 요즘 ‘신랑’이라는 말이 남편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쓰이다 보니, 갓 결혼한 경우에는 ‘새신랑’이라고 달리 표현하고 있다. 또, ‘손 수’ 자가 들어간 ‘수건’ 앞에 다시 ‘손’을 중복해서 ‘손수건’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수건’과 ‘손수건’의 의미가 서로 다르게 나누어졌기 때문에 각각 낱말로서 자격을 얻었다. ‘내의’와 ‘속내의’도 이렇게 의미 분화를 통해 서로 다른 뜻을 갖게 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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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